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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사태 어디까지 확산되나, 미국 연준 금리정책 실패의 '나비효과'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3-20 11: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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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사태 어디까지 확산되나, 미국 연준 금리정책 실패의 '나비효과'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잇따른 정책적 실패를 지적하는 외국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 심화에 뒤늦게 대응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태가 SVB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전반에 큰 위기를 불러오면서 전 세계에 2008년 금융위기 사태와 유사한 대규모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20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SVB 파산은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등 무리한 통화정책 실행에 따른 부작용에 해당한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SVB가 파산 위기에 놓인 직접적 원인은 핵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 가격이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낮아지면서 손실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힘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 물류 공급 및 생산 차질에 따른 영향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런 여파로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연준은 물가 인상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기 시작한 뒤에야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안정화에 힘썼다.

연준은 뒤늦게 대응에 나선 만큼 미국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결국 단기간에 급격히 금리가 인상한 데 따른 부작용도 그만큼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악화와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른 일부 기업의 실적 부진, 대출이자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진 점 등이 예시로 꼽힌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새로 발행되는 미국 국채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기존에 발행된 낮은 금리의 국채 가격이 하락했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국채에 투자한 여러 금융기관들이 큰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SVB는 특히 고정금리 국채가 2022년 말 기준 자산의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나타냈던 만큼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파산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으로 자금 확보가 다급해진 SVB가 손해를 보면서 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 보니 불어나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연준의 무리한 금리 인상이 불러온 큰 실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초기에 진화하는 데 힘썼다면 지금과 같은 가파른 금리 인상을 피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SVB 이외에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여러 금융기관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어 잠재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연쇄 붕괴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SVB의 파산 이후 이런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국채를 원래 가격에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대응 방안은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VB 파산 사태 어디까지 확산되나, 미국 연준 금리정책 실패의 '나비효과'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신화통신>
워싱턴포스트는 연준이 발빠른 대응으로 금융기관의 연쇄 파산 위험을 막았지만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더 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이른 시일에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해 물가 안정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기관의 타격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다면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미국 경제 성장과 증시, 글로벌 경제 전반에 모두 악영향을 낳게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SVB 파산과 같은 사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내놓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점을 비판했다.

연준이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차단할 수 있는 방어막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미 올바른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뒤늦게 대응한 데다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 했다는 두 가지 실책을 중심으로 책임론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연준이 SVB 파산에 관련해 저지른 잘못과 향후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동안 정치적으로 엄중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SVB의 CEO가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어 올바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러한 사례를 막기 위한 법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시절에 금융기관을 향한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쓴 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를 흡수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지에 대해 오래도록 논의가 이뤄져 왔다”며 “이제는 모두가 그 결과를 알게 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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