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의원이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뉴시스> |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당권을 거머쥐었다.
김 의원은 큰 표차로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을 따돌렸다. 여권 내에서 ‘김무성의 힘’을 과시했다. 김 의원이 당권을 발판 삼아 대권가도에 몸을 실을지 주목된다. 김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도 서 의원으로부터 “대권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거듭 들어왔다.
김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서 여권 내에서 역학관계가 비주류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다. 지난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서도 비주류 정의화 의장이 당선됐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밝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은 힘이 꽤 빠지게 됐다.
김무성 의원은 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의원을 꺾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여론조사와 일반당원투표, 대의원현장투표를 합산한 결과 5만2706표를 얻어 3만8293표를 획득한 서 의원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김태호 의원과 이인제 의원이 3위와 4위로 최고위원 대열에 합류했고 김을동 의원 역시 여성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친박 홍문종 전 사무총장은 탈락했다.
◆ 김무성, 당권잡고 야심 펼치나
친박과 비박 구도에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된 것은 박 대통령으로서도 불편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다수를 이룬다. 김 의원은 비주류의 길도 걸어 청와대에 대해서도 강하게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지금까지 당청관계에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당선소감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강한 새누리당,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해 강력한 당대표 역할을 예고했다.
그러나 연이은 인사실패 등으로 국정쇄신 동력을 잃은 청와대에게 강력한 당대표가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의원이 청와대를 향해 소신있는 모습을 보이며 국정쇄신에 기여한다면 오히려 여론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합동연설회에서 “그동안 우리 당이 위기일 때마다 당을 구해준 대통령이 위기라고 말한다”며 “이제 우리가 대통령을 구해드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전에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해결사’ 역할을 한 적이 있다. 김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박 대통령의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 지난해 말 야당과 함께 사상 최장기 철도노조 파업사태를 중재하며 정치권의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새누리당 차기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김 의원은 리얼미터가 7일 발표한 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의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김 전 지사와 정 전 의원은 원외세력이다. 그만큼 세를 불리기 쉽지 않다. 반면 김 의원은 2년 동안 새누리당을 이끌게 됐다. 7·30 재보궐선거는 물론 2016년 4월 총선도 김 의원의 지휘 아래 치러진다. 2017년 대선진출을 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김 의원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김 의원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함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철도파업 중재도 정치권내에서 “김무성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그가 지나친 ‘보스기질’을 보여 반감을 산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운 상도동계 막내”라며 “보스정치의 마지막 세대 이미지를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의 지나친 보수성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역사왜곡으로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 사태의 원흉은 김무성 의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친박 서청원과 치열하게 벌인 선거전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친박’ 서청원 대 ‘비박’ 김무성 구도가 형성되며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김 의원은 스스로 친박이라고 주장했지만 서 의원이 강력한 ‘친박’ 이미지를 내세우며 김 의원의 대권 욕심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당대회 정견발표에서 김 의원과 서 의원은 그동안의 상호비방을 의식한 듯 화합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경선기간 중 다소 과열된 분위기는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고 다시 하나되는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마무리할 것”을 제안했다.
서 의원도 “후보들과 갈등도 있었으나 잘못을 사과하고 김 후보와 화합해서 같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정견발표 도중 무대에서 내려와 김 후보의 손을 잡고 “서청원은 화해의 명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과 서 의원은 전당대회 전까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당 안팎에서 병역과 학력논란까지 나오는 네거티브선거로 선거가 과열되면서 당 이미지 쇄신에 역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선거 과정에서 서 의원은 김 의원의 대학 재학기간과 군 복무기간이 겹친다며 당 선관위에 학력과 병역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시종일관 ‘박심’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선거 첫날인 3일 박정희 생가를 방문하는 것으로 선거일정을 시작해 ‘박심’ 잡기에 힘을 기울였다.
서 의원은 자신이야말로 사심없이 당과 박 대통령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물임을 부각시켰다. 서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 의원을 지목해 “대권포기 선언 하면 (나도) 중대결심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어떤 일이 있어도 김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당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심없는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되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라 나를 당 대표에서 떨어뜨리려고 출마한 것”이라며 “대선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보는 것 같다”고 반격했다. 김 의원은 대권포기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대통령 임기가 1년 반도 안 지났는데 차기대권과 레임덕은 지나친 말”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오히려 TV토론에서 ‘나는 친박인가’하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날 전당대회에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6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곧 정부 2기내각을 출범해 국가혁신작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며 “새 지도부는 2년 동안 당을 이끌어 정부와 함께 국가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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