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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금성 자산 128조 있는데도 왜 자회사에서 20조 빌렸을까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23-02-15 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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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금성 자산 128조 있는데도 왜 자회사에서 20조 빌렸을까
▲ 삼성전자가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128조 원. 삼성전자가 쥐고 있는 현금성 자산 규모다. 이는 글로벌 주요 기업들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자금을 쌓아둔 삼성전자가 무슨 일이 급하길래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 원이나 되는 돈을 빌렸을까? 


15일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배경, 즉 사용처를 놓고 ①대만 TSMC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경쟁 본격화 ②인수합병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 ③미국 정부의 중국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비중 조절 등 크게 3가지가 꼽힌다.

◆ 삼성전자, TSMC 파운드리 쫓아가려면 좀 더 서둘러야

삼성전자가 대규모 차입을 통해 파운드리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보는 관측은 TSMC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세계 최강자 TSMC를 추격해 따돌리는 일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만 TSMC는 올해 330억 달러 규모의 공격적 시설투자를 집행해 세계 파운드리 1위 입지를 공고히 다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260억 달러 규모를 반도체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투자금액과 구체적 용도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에도 설비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투자가 분산되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3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기술을 적용하고 양산에 먼저 들어가는 등 기술적 측면에서 최근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점유율에서는 TSMC에 크게 밀리고 있다.

지난해 말 나온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매출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2위(15.5%)를 차지하고 있다. 1위 TSMC(56.1%)와 격차는 40%포인트 넘게 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추격에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짓는 반도체 공장 투자규모를 최대 35억 달러(약4조5천억 원) 늘리는 계획을 결정하고 증설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파운드리에서는 3나노 공정 양산에서 앞선 상황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발빠른 추가 투자를 단행해 기술격차를 벌려 고객사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 삼성전자 인수합병에 큰 돈이 들어갈 수도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차입을 한 이유가 인수합병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종희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의지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한 부회장은 올해 1월 CES2023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사업 발전을 위해 인수합병에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며 “조만간 좋은 (인수합병)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자동차용 반도체, 반도체 패키징, 로봇기업 등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자동차 전자장비)분야 사업을 확대할 의지를 갖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경우 반도체 공정 미세화를 통한 성능향상이 한계수준에 다다르면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로봇기업의 경우 삼성전자가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합병 이슈가 부각되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중국 견제, 생산 비중 조정 필요성 커져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산업 견제에 따른 대비책 마련을 위한 자금확보 필요성이 삼성전자가 차입을 일으킨 배경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고 충칭에 반도체 후공정 설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압박이 심해질 경우 중국 공장의 생산 비중을 낮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이외의 지역에 메모리 투자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 패권 다툼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공산이 커 탈중국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상 시를 대비한 자금 확보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견해가 많다.

이 밖에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차입을 한 이유로 자금확보의 편의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을 128조 원 가량 들고 있지만 대부분이 한국 본사가 아닌 글로벌 자회사에 분산돼 있다. 자금 동원에서 환율변동과 세금 문제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국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간편하게 차입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과 시스템반도체 분야 경쟁심화, 인수합병 등 당면한 과제가 많은 만큼 선제적 유동성 확보는 삼성전자에게 선결조건일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해 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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