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 방침을 밝히면서 실형 선고를 받은 재벌 총수들이 대상에 오를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특히 CJ그룹의 경우 이재현 회장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면 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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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이 회장은 사면 대상에 오르려면 현재 진행중인 재상고심을 포기해야 하는데 자칫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어 CJ그룹 입장에서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사면대상 포함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절 특사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아직 사면규모 등과 관련한 구체적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현재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형을 살고 있는 기업인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사면대상에 거명되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나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 등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김승연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형을 확정받아 대상자에 오르는 데 법적 하자가 없다. 최재원 부회장과 구본상 부회장의 경우 실형을 확정받아 수감생활을 하고 있으며 형기 만료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반면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징역 2년6월,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재상고를 결정해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
CJ그룹이 박 대통령의 특사 방침이 알려지자 재상고를 취하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내부에서 분주하게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재판이 연기되고 있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어서 재상고 취하를 검토해온 것은 맞다”며 “그러나 취하 결정 등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건강악화를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아직 형기가 많이 남아있다. 이 회장은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여러차례 사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으나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면서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대상에 포함시켰다. 침체된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이었다.
올해도 같은 이유로 기업인까지 사면대상을 넓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도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 한다”고 말해 재벌 총수 사면 가능성에 한껏 기대를 부풀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의 경우는 정부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우기에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CJ그룹 역시 이 회장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선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이 회장은 장남이면서도 부친인 이맹희 명예회장의 장례식조차 주관하지 못했다. 또 최근 외아들 이선호씨의 결혼식에도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이 회장이 사면을 받아 자유로워진다 해도 그룹 경영에 복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명분으로 정부가 사면대상에 이 회장을 올리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CJ그룹은 "이 회장이 사면을 받아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살리기에 적극 동참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재벌 오너에 대한 여론이 어느 때보다 곱지 않은 점도 정부의 사면대상 선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 가운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70억 원가량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CJ그룹 입장에서 그만큼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CJ그룹 대관팀은 결과론이지만 '청와대발' 특사 결정에 앞서 재상고 포기라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울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광복절 특사 방침이 정해지자마자 재상고를 취하를 신청하는 것은 사면을 노린 너무 속보이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렇다고 사면을 받을 절호의 찬스를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사면 대상에 오른다는 보장도 없이 집행유예라도 얻어낼 마지막 기회인 재상고를 포기하기도 어려워 CJ그룹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기가 많이 남아 있거나 국민정서에 반한 경제사범의 재벌 총수들은 역풍을 고려해 이번 사면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별사면은 법무부에서 상신안을 올리면 박 대통령이 재가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취하지만 사실상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김승연 회장 등이 사면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높았으나 정부는 막판까지 여론의 눈치를 보다 한달이 지난 8월13일 기업인으로는 최태원 회장 한명만 포함된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