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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상의 김현민 "ESG계에도 '하버드' 있다, 진단부터 실무까지 지원"

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 2023-02-08 17: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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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상의 김현민 "ESG계에도 '하버드' 있다, 진단부터 실무까지 지원"
▲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공급망ESG지원센터의 김현민 센터장은 업체들이 국제 인증을 받으면 ESG 대응 업무가 한결 수월해지겠지만 국제표준화기구 환경경영 표준(ISO14000)이 스탠포드대 졸업장이라면 책임있는 산업연합(RBA) 인증은 하버드대 졸업장 수준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소, 중견기업들이 혼자 하기 어려운 ESG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상의는 올해 진단, 대출 지원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왜 하냐고 묻는 건 내수업체입니다. 수출업체들은 지원을 언제 시작하냐고 묻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2월 들어 대전을 시작으로 73개 지역 상의에서 2023년 기업 지원사업 설명회를 시작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 설명회 중 절반 이상이 기업의 ESG 대응과 전략사업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제주상의와 진천상의에서 진행된 설명회는 아예 주제가 '중소·중견기업 ESG대응방안'이었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공급망ESG지원센터의 김현민 센터장은 “지방에서도 대기업 하청업체, 해외 수출업체들은 ESG 실사나 인증 요구를 받으면서 비용과 전문인력, 정보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업체들이 국제 인증을 받으면 ESG 대응 업무가 한결 수월해지겠지만 국제표준화기구 환경경영 표준(ISO14000)이 스탠포드대 졸업장이라면 책임있는 산업연합(RBA) 인증은 하버드대 졸업장 수준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소, 중견기업들이 혼자 하기 어려운 ESG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상의는 올해 진단과 대출 지원 계획을 세웠다. 어떤 지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는 김 센터장을 6일 서울 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ESG경영실 팀장을 거쳐 지난 2일 공급망ESG지원센터장을 맡았다.

- 대한상의가 ESG경영실에 이어 공급망ESG지원센터까지 따로 만들어 지원을 강화하는 이유는?

“매년 회원사들에 ESG 현안과 어려움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이는데, 올해초 조사에서도 비용 부담(58.3%), 전문인력 부족(53%)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다(복수응답). 이 두 가지는 매번 어려움으로 꼽힌다.

올해부터는 공급망과 공시 대응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5일에 발표한 것처럼 국내기업 300개사 중 40% 이상이 공급망 ESG 실사를, 30% 이상이 ESG 의무공시를 ESG 현안으로 꼽았다.

공급망 ESG 실사법은 올해 독일에서 시행되기 시작해 내년엔 유럽연합(EU) 전체로 확대된다. ESG 실사를 요구 받는 협력업체가 늘고 있다. 실사 결과에 따라 거래나 계약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은 중소, 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SK, 현대차, 삼성, LG 등 몇몇 그룹 외에는 ESG 대응에 고전하고 있다.

2025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표해야 한다. 글로벌대기업들은 공급망에 ESG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들은 ESG에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 대기업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대기업에서 공급망 이슈는 구매팀, 법무는 법무팀, 공시는 IR팀, ESG는 전략기획팀이나 전담팀이 제각각 나누어 맡는다. 그런데 ESG 실사에 대응하다 보면 각 팀 사이에서 싱크(sync)가 잘 안 맞는 일이 생긴다.

ESG 이슈도 기후, 환경, 노무 등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탄소배출 같은 환경 이슈부터 차별, 성희롱 같은 직장 내 인권 이슈, 중대재해처벌법 등 준법 이슈 등등.

그린워싱, ESG워싱 발생도 문제다. 예를 들어 한 정보통신회사가 지속가능보고서에는 고객정보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보고했는데, 고객정보유출 문제가 생겨 집단소송을 당하게 된다면 ESG워싱으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ESG 정보는 공개를 제대로 안 하면 회사가 망할 지경까지 갈 수 있어서 아직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대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 대기업 하청업체나 수출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ESG 공시에 대응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한다. 현재 ESG 기준만 600여 개가 난립하고 있다. 그나마 ESG 공시 쪽은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기준을 정립하고 있어서 난립 문제가 조만간 해소될 것 같다.

하지만 평가기관은 다우존스, MSCI 해외 증시부터 공급망 평가 에코바디스(Ecovadis), 국내 여러 기관들까지 매우 많아서 대응이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외 대기업의 하청업체들은 원청사별로 각각 다른 ESG 요구를 받는다. 비용뿐 아니라 인력 부족 문제가 온다.”

- ESG 요구에 대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업체들이 ‘암행어사 마패’ 같은 보고서가 있어 한 번 내면 다 통과되면 좋겠다고 토로할 정도다.

물론, 국제 인증이 그런 마패 역할을 해주긴 한다. 인증을 제출할 수 있으면 국내외 ESG 대응 업무가 한결 수월해진다.

하지만 국제인증은 기준이 엄격해서 따기가 매우 어렵다. 국제표준화기구의 환경경영 표준(ISO14000)이나 안전보건표준(ISO45000)이 스탠포드대 졸업장쯤 된다면 국제 투자자 신뢰가 가장 높은 ‘책임있는 산업연합(RBA)’ 인증은 하버드대 졸업장쯤 된다.

돈도 많이 든다. ISO 시리즈 경우 전문업체에 업무를 맡기면 1천만~2천만 원이 든다. 진단실사 비용도 꽤 높다. 국내 전문업체들로부터 ESG 진단 실사 한 번 받는 데에 200만~250만 원이 든다. 중소기업들엔 ESG 대응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대한상의에선 어떤 지원을 해주나.

“우선 ESG 진단을 지원한다. 대한상의는 산업부 10억, 서울시 5000만 원 등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신청 업체가 50만 원만 자부담하면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진단업체로는 나이스DMB, 한국ESG크레딧 등 신용평가사들이 대한상의 제휴를 통해 참여할 예정이다.

자금 지원도 한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기업은행과 함께 진행했던 지속가능성연계대출(SLL) 예산을 3천억 원으로 1천억 원 늘렸다.

지속가능성 관련 핵심성과지표(KPI) 중 하나만 선택해 성과 목표를 제시하면 시중금리보다 최대 1%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핵심성과지표는 9가지다. 환경 부문으로는 에너지 사용량·폐기물 배출량·용수 사용량·ISO14001 인증 취득이 있다. ISO45001 또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 등 산업안전 부문, 고충처리 절차나 장애인 고용률 등 인사 부문으로 목표를 제출할 수도 있다. 윤리강력 및 실천 규범 수립과 ISO37001 등 반부패 경영체계 구축도 핵심성과지표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안산공단의 한 업체는 폐기물 배출량 감소 목표확인서를 제출한 후 기존 거래은행보다 1% 낮은 금리로 10억 원을 대출 받았다. 덕분에 폐기물 배출을 줄이는 설비도 도입하고 생산 효율도 높였다.”

- 진단과 대출 지원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

“대한상의 홈페이지에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특히 SLL 대출 지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할 수 있다. ESG 실사 진단 지원은 3월 중순에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 전에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공급망ESG지원센터로 전화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2~3월 중 73개 지역상의별로 교육 및 설명회가 진행된다. 그 자리에 참석하면 좀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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