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이 동부그룹 구조조정 차질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산업은행의 STX해양조선에 대한 부당대출 혐의를 발견해 제재조처를 취하기로 하면서 그 불똥이 동부그룹에 대한 산업은행 책임론으로 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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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대기업이 부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주채권은행에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제재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주채권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게 되면 산업은행은 STX그룹에 이어 동부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책임을 안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당국은 STX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대해 수차례 집중검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라 조만간 제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STX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대출을 확대하고 선박건조 현황에 대한 점검없이 선수급을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TX그룹 사태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여신심사 문제와 사후관리 소홀에 대해 여러 차례 검사해 문제점을 다수를 발견했다”면서 “주채권은행으로서 산업은행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STX그룹의 부당대출 등과 관련해 회계보고서를 바탕으로 추가대출을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대출을 결정했다”며 “회계법인에서 보낸 감사보고서를 은행이 믿지 못하고 다시 진행한다면 회계법인은 필요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3일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동부와 동양의 문제는 다르다”며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시장의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채권금융기관에서 잘 들여다보고 있으며 산업은행이 시장안정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최 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기관보고에서 “동부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맞느냐”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의 질의에 대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부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동부그룹 등에 대한 주채권은행의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배경에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산업은행의 태도에 대한 비난여론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 무산으로 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면서 금융당국도 이런 여론을 외면하기 힘들었을 공산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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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연 금융감독원장 |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이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열린 동부제철 채권단 회의에서 “개인투자자의 피해까지 이어지면 주채권은행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STX그룹이나 동부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동부는 괜찮다는 게 당국의 일관된 견해였다”며 “사태가 벌어지니 채권단 책임을 거론하는 게 온당하냐”고 반문했다.
산업은행의 SXT해양조선 부당대출과 관련해서도 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진 여신을 부당대출이라고 규정할 게 아니라 분식회계를 문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분식회계에 문제가 있다면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을 우려해 채권단에게 동부그룹에 대한 무리한 자금지원을 요구했던 대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동부그룹에 지원한 자금은 1조 원대에 이르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금지원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면서 “이 배경에 정치적 고려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