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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태광그룹을 위기로 몰았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07-13 17: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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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태광그룹을 위기로 몰았나  
▲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

이선애 태광산업 전 상무는 태광그룹의 ‘금고지기’로 불려왔다. 태광그룹의 자금줄을 사실상 관리해 왔다.

이 전 상무는 2012년 12월 횡령 및 배임혐의로 징역 4년에 벌금 10억 원을 선고받았다. 아들 이 전 태광그룹 회장도 당시 징역 4년6월에 벌금 1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상무는 건강 때문에 구속집행정지와 수감생활을 되풀이해 왔다. 지난 9일 건강악화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태광그룹은 “이 전 상무가 심한 우울증, 치매, 뇌경색의 중증환자로 자의식이 없고 혼자 거동을 못 한다”고 전했다.

이 전 상무는 태광그룹을 세운 주역이자,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 태광그룹의 주춧돌을 놓은 '왕상무' 이선애

이 전 상무는 태광그룹의 실질적 창업주다. 그는 지역유지였던 이송산씨의 맏딸로 태어난 1942년 농부집안 출신의 이임용 전 태광그룹 회장과 중매로 결혼했다.

이 전 상무는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부산으로 피난갔다 작은 직물공장을 차리고 부산에 터를 잡았다. 전쟁 직후 특수를 만나 공장이 나날이 번창했다.

이임용 전 회장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태광그룹의 모태인 태광산업은 1954년 그렇게 부산 문현동에서 설립됐다.

태광산업은 나일론, 스판덱스 등 다양한 섬유소재를 생산하면서 대규모 섬유업체로 성장했다. 당시 양모 대체품인 아크릴소재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막대한 현금을 끌어모았다.

이임용 전 회장은 섬유사업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동양합섬, 고려상호신용금고, 흥국생명, 대한화섬, 천일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군사정권 시절 야당 정치인이었던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를 처남으로 둔 탓에 세무조사를 받는 등 외풍에 시달리기도 해다.

이임용 전 회장은 1996년 75세를 일기로 작고하기까지 무차입 경영을 실행하는 등 내실있게 태광그룹을 경영했다.

이선애 전 상무는 처음 태광산업을 만들 때부터 그룹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까지도 태광산업 상무 직함을 놓지 않았다.

이 전 상무는 태광그룹 안에서 ‘왕상무’ 또는 ‘금고지기’로 불렸을 정도로 막후 실세였다. 그는 사실상 그룹 전반의 경영을 좌지우지했다.

검찰이 2011년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를 벌이면서 비자금의 핵심으로 이선애 전 상무를 지목했던 것도 이 전 상무의 이런 역할 때문이다.

◆ 자금을 놓지 않으려는 이선애의 폐쇄주의

태광은 이임용 전 회장 때부터 은둔형 경영자 스타일을 보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스타일은 장남 이식진 전 부회장에게로 이어졌고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권 승계 이후 더욱 깊어졌다. 이호진 전 회장은 아버지나 형보다 더 베일에 싸인 총수가 됐다.

이런 경영자 스타일이 태광그룹의 위기를 부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태광그룹이 좀 더 개방경영을 했다면 비자금 조성으로 오너 모자가 한꺼번에 구속수감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태광그룹 오너들의 은둔형 경영 스타일과 함께 태광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으로 이선애 전 상무의 역할이 지목된다. 그는 태광그룹 막후에서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세해 왔다. 특히 자금에 관한 한 절대적 힘을 발휘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선애 전 상무는 장사수완도 뛰어나고 돈 관리 능력도 뛰어났다”면서도 “하지만 예전 옷장사 하던 방식으로 그룹의 경영에 개입하다 보니 회삿돈과 주머니 돈을 잘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호진 전 회장이 그룹 자금을 쥐락펴락 하는 어머니 이 전 상무의 역할을 전혀 막지 못했던 게 결국 일을 키우고 말았다. 태광그룹에 정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과 어머니와 관계가 너무 좋다보니 문제가 깊어지면서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전 상무를 중심으로 가족중심 경영이 계속되면서 폐쇄적으로 조직이 운영됐던 점이 그룹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다.

  무엇이 태광그룹을 위기로 몰았나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소통을 거부하는 은둔형 경영자 이호진


태광그룹이 위기에 처한 핵심이유를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방식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전 회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미국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이른바 ‘엄친아’나 다름없는 스펙의 소유자다.

재벌가 2세 가운데서도 외모나 두뇌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다. 예술적 감수성도 뛰어났고 영화, 미술, 음악 등 예술의 다방면에 조예가 깊었다. 흥국생명 사옥 앞의 초대형 조각 '망치질 하는 사람' 설치를 직접 주도한 이도 이 전 회장이다.

그런데 이 전 회장은 극히 친한 소수의 친구들과 교류하고 혼자 등산을 즐겼다. 그만큼 내성적이고 외골수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성격이 태광그룹 경영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전 회장은 회장 취임 후 다방면으로 인수합병을 주도해 미디어사업까지 손을 뻗쳤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과 소통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태광산업에서 근무했던 한 임원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측근들하고만 논의했다”며 “임직원들이 반대해도 말을 잘 듣지 않아 독단적이란 평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이 모자가 동시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서 주인공이 된 것도 이 전회장의 이런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태광그룹이 외부악재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이 직원들을 해고하자 내부고발 사태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문제, 편법 재산상속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국세청이 2010년 강도높은 조사를 시작했고 이 전 회장의 시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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