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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오너리스크 해소될 수 있을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07-13 16: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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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광그룹 오너리스크 해소될 수 있을까  
▲ 이호진 전 회장과 이선애 전 상무. 2011년 6월 재판을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태광그룹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에 이어 어머니 이선애 전 상무도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오너 부재'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태광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경영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탈출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호진 전 회장이 횡령 및 배임혐의로 물러난 지 벌써 2년이 넘어섰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400억 원대의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2월 회장에서 물러났고 그 해 말 항소심 판결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1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나 병원에서 투병중이다. 간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 전 상무의 건강도 심각하다.

검찰은 지난 9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석달 동안 이 전 상무의 형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이 전 상무는 회삿돈 4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2012년 12월 징역 4년에 벌금 10억 원을 선고받았다.

◆ 이호진 회장에 이어 어머니 이선애도 건강 악화

이 전 상무는 수감생활중 급성뇌경색, 치매 등 지병을 이유로 지난해 3월19일부터 1년 동안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 전 상무는 추가로 형집행정지 기간연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의 허가를 받지못해 지난 3월19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이 전 상무는 재수감 이후 호흡곤란 증세로 4차례나 병원에 호송됐다. 최근 생명에 위험이 있을 만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지난 달 5일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다.

검찰은 의료심의를 통해 이 전 상무가 고령인 데다 관상동맥협착증을 앓고 있어 급사위험이 높고 뇌경변, 뇌경색, 뇌신경손상이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상무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처외삼촌인 심재혁 부회장으로 하여금 경영공백을 메우게 했다. 이 전 회장은 또 최측근으로 알려진 진헌진 경영고문에 힘을 실어주며 그룹 경영을 맡기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병원에서 이 두 사람을 통해 그룹의 주요 현안을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비상경영체제가 순조롭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태광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인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의 수장이 잇따라 낙마했다. 흥국화재의 경우 심지어 한 달 동안 대표이사가 공백상태였다. 이 때문에 비상경영을 맡고 있는 심재혁 부회장과 진상헌 고문 사이에 그룹 주도권을 놓고 알력이 빚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경영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태광그룹 금융사업의 양 날개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실적은 악화됐고, 또 다른 주력회사인 태광산업 매출은 계속 줄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12년 적자로 전환했다가 지난해 다시 흑자로 돌아왔지만 흑자폭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태광그룹 오너리스크 해소될 수 있을까  
▲ 심재혁 태광그룹 부회장

◆ 흥국생명 흥국화재 대표가 나란히 물러난 까닭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심재혁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태광그룹의 비상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심 부회장은 이 전 회장의 처외삼촌이다. 심 부회장은 이 전 회장이 회장으로 재임할 때도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태광그룹 비상경영의 또 다른 축은 진헌진 경영고문이다. 진 고문은 이 전 회장의 대원고, 서울대 동기동창으로 수십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절친한 친구 사이다.

진 고문은 흥국생명을 비롯해 티브이로드, 동림관광개발 등 태광그룹 핵심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두루 거친 뒤 2008년 흥국생명 대표를 끝으로 태광그룹을 떠났다.

진 고문은 지난 4월 그룹 경영고문으로 돌아왔다. 이 전 회장이 진 고문을 불러들이기 위해 여러 차례 간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고문은 이 전 회장의 ‘분신’이다. 그룹의 숨은 실세다. 진 고문이 복귀하면서 그룹의 권력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런데 주력 금융계열사 경영진의 교체가 이뤄면서 이 전망은 바로 현실이 됐다.

진 고문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 한 달도 안 돼 금융계열사 대표들이 줄사표를 냈다. 변종윤 흥국생명 사장이 5월 중순 사표를 냈고 곧이어 윤순구 흥국화재 대표도 5월 말 사의를 표명했다. 태광그룹은 “두 대표가 개인사정 때문에 물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임배경을 놓고 그룹 안팎에서 다른 해석이 나온다. 복귀한 진 고문이 경영실적 악화의 책임을 두 대표에게 물었다는 것이다. 두 대표는 사실상 경질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윤순구 대표의 경우 흥국화재에 취임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실적부진에 따른 사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퇴임한 윤 대표는 상품개발과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다. 지난 해 대표로 취임할 당시 대주주 소유 골프장 회원권 부당매입, 전산시스템 오류 등 악재로 고전하던 흥국화재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변종윤 흥국생명 대표는 오용일 전 태광그룹 부회장의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했다. 그는 오 전 부회장이 주도했던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 실무를 돕는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6월 흥국화재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2년만인 2010년 6월 흥국생명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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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헌진 고문이 흥국생명 대표이사(맨 오른쪽) 시절 한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호진이 절친 진헌진에게 실권을 쥐어준 이유


두 대표의 퇴임은 대대적 물갈이를 통해 그룹의 경영을 진 고문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즉 이 전 회장의 승인 아래 진 고문이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 수술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흥국생명 후임사장에 김주윤 사장이 임명된 것도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김 사장은 진 고문의 서울대 경영학과 선배이자 한양투자금융에서 같이 일했다. 흥미로운 것은 김 사장 역시 흥국생명의 대표이사로 있다가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퇴진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열사의 대표교체와 관련해 심 부회장과 진 고문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물러난 윤순구 대표의 경우 심 부회장이 직접 면접을 보고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순구 대표의 사표는 한 달이 넘도록 수리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도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일 조훈제 서울메트로9호선 대표가 신임 흥국화재 대표로 내정됐다.

윤순구 대표의 교체과정을 보면 그룹에서 힘의 중심이 심 부회장으로부터 진 고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대표들은 이전에도 임기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조직불안정이 심해진 것 같다”며 “총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기사람을 앉히려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전 회장은 회장으로 재직할 때도 ‘은둔의 경영자’, ‘베일에 싸인 오너’ 등으로 불리웠다. 특히 극소수의 측근들만 대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련의 인사는 이 전 회장이 믿을 수 있는 최측근을 내세워 3세 경영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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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진 전 태광그룹 부회장

◆ 흔들리는 태광그룹 실적 어떻게 하나


이호진 전 회장은 태광그룹의 최대주주로 막강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37개 계열사 가운데 16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 15.14%를 비롯해 대한화섬 15.39%, 서한물산 59.77%, 흥국생명보험 59.2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흥국화재도 간접지배한다. 흥국화재의 지분은 흥국생명보험이 55.18%, 태광산업이 19.63%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또 티시스, 동림관광개발, 티알엠 등의 계열사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총 보유지분 가치는 246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과 어머니 이 전 상무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이었다.

흥국생명은 한 때 국내 6대 생명보험사에 들었는데 최근 사세가 급격히 기울고 있다. 2012년 19. 7%에 이르렀던 총자산 증가율은 지난해 7.4%에 머물렀다. 당기순이익도 2012년 628억 원에서 지난해 423억 원으로 줄었다.

운용자산 수익률은 보험사가 고객이 낸 보험료를 얼마나 잘 운용하는 지 알 수 있는 지표다. 흥국생명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2012년 5.34%에서 지난해 4.86%로 낮아졌다.

흥국화재의 경영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3사업연도(4~12월) 당기순이익은 113억원으로 전년동기 576억원에 비해 80.38% 줄었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160억원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29억원에 그쳤다.

태광그룹의 또 다른 주력사업인 섬유와 석유화학부문의 실적도 좋지 않다. 태광산업의 매출은 2011년 3조 원을 넘겼다가 2013년 2조5천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 2012년에 적자로 돌아섰다가 지난해 140억 원 가량의 흑자를 냈지만 2011년 2700억 원이 넘는 흑자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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