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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삼성전자 초연결 시대에 올인, 애플 '시리 혁명'에 대응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1-3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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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삼성전자 초연결 시대에 올인, 애플 '시리 혁명'에 대응
▲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그녀(Her)'는 애플 '시리'와 유사한 음성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비즈니스포스트] 2013년 개봉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고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는 애플의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와 유사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주요 소재로 한다.

지금보다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 주인공인 시어도어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서맨사’를 이용하게 된다. 서맨사는 스마트폰의 마이크와 카메라 등으로 시어도어의 말과 행동, 주변 환경을 인지해 반응하고 대화를 나눈다. 시어도어는 서맨사를 인간으로 인식하는 감정을 느끼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가 관객의 이목을 끌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시 애플이 선보인 시리가 서맨사와 같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애플이 2011년 시리 서비스를 처음 공개하자 워싱턴포스트는 “애플이 맥 컴퓨터로 일으켰던 ‘혁명’을 시리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음성 명령을 인식해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기기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시리는 단순히 특정 단어가 아니라 사용자가 내놓은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고 대답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인공지능 비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자면 “날씨를 알려줘” 뿐만 아니라 “오늘 우산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도 대답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이런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당시에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상당한 기술 혁신으로 주목받았다.

애플이 주도한 ‘시리 혁명’은 전 세계 주요 IT기업이 앞다퉈 자체 음성인식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마존과 구글이 애플을 뒤따라 가장 큰 성공을 거뒀고, 삼성전자도 뒤늦게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를 갤럭시 스마트폰 등 제품에 탑재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은 이를 통해 빅스비와 시리의 인공지능 경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빅스비는 아직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 부족과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안고 있어 시리와 같은 영향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시장 조사기관 보이스봇AI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애플 시리의 이용자 점유율은 약 45%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이 30%, 아마존이 18% 안팎으로 뒤를 따르고 있으며 삼성전자 빅스비 점유율은 7%를 소폭 밑돈다.

시리는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를 넘어 종합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은 아이폰에서 음성 명령을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사용자가 자주 쓰거나 정해진 시간에 주로 이용하는 기능을 학습하고 이를 미리 추천해주는 등 맞춤형 편의 기능을 지원한다.

삼성전자 역시 빅스비에 여러 단계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적용해 기능을 다양화했다. ‘빅스비 비전’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번역이나 이미지 검색 등에 활용되고 ‘빅스비 루틴’은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맞춰 다양한 사물인터넷 가전 등을 자동으로 동작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처럼 시리와 빅스비가 음성인식을 넘어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변모하면서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요소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두 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실제 사용자들이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빅스비의 경쟁력은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여러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웨어러블기기 등이 모두 빅스비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라이벌] 삼성전자 초연결 시대에 올인, 애플 '시리 혁명'에 대응
▲ 애플 '시리'(왼쪽)와 삼성전자 '빅스비' 구동 화면.
삼성전자는 이러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든 기기가 서로 연결돼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초연결 시대’ 구축을 중장기 사업 전략에 핵심 비전으로 앞세우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와 다양한 가전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플랫폼에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애플도 시리를 여러 신사업 분야에 적용하며 활용성을 넓히고 있다. 자체 음악서비스 ‘애플뮤직’이나 동영상플랫폼 ‘애플TV플러스’에서 시리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거나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의 약점은 이런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기가 삼성전자와 비교해 매우 적다는 것이다. 개방형 생태계를 강조하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제휴사가 1천 곳 이상인 반면 애플은 약 50개 브랜드 제품만을 지원한다는 점이 그 단적인 예다.

결국 초연결 시대를 앞세워 자체 기기와 서비스, 다수의 제휴업체를 하나의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연결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애플과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는데 유리한 요소에 해당한다. 미래의 소비자들은 전자제품 등을 구매할 때 상품 자체의 특징보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에 따라 결정하는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은 미래 핵심 신사업으로 주목받는 스마트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하다.

애플은 시리를 자체 브랜드 전기차 ‘애플카’의 중심에 둘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가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기반으로 차량의 주요 기능을 동작하거나 자율주행까지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은 이미 아이폰과 자동차를 연결해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용 운영체제 ‘카플레이’에 널리 상용화돼 있다.

삼성전자는 초연결 시대의 영역을 가정용과 모바일 제품 이외에 자동차까지 확대하면서 애플과 스마트카 시장에서 경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직접 자동차를 개발하지 않지만 2016년에 인수한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통해 다수의 고객사에 스마트카 시스템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1월 초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2023에서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개한 ‘레디케어 솔루션’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운전을 지원하는 스마트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귀갓길에 집안의 조명과 온도, 공기 등 환경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CES2023에서 ‘맞춤형 경험으로 열어가는 초연결 시대’를 회사의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했다. 모두 140억 개에 이르는 기기를 삼성전자의 플랫폼으로 원활하게 연결해 소비자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발표행사에서 “삼성전자가 약속한 연결 경험의 완성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라며 “연결을 통해 모두의 꿈과 바람이 담긴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 비전”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2부- 삼성 vs APPLE
(4) 구글 MS 메타 삼성전자 동맹, 애플의 '닫힌 생태계' 맞서
(5) 삼성전자 초연결 시대 올인, 애플 시리 혁명에 대응
(6) 애플 반도체 삼성이 위탁생산할까, 프레너미 관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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