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정부가 분양 규제를 완화하고도 둔촌주공재건축 분양 흥행에 실패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건축 현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둔촌주공 재건축의 정당계약률이 윤석열 정부의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입지와 세대수에서 필적할 상대를 찾기 힘든 둔촌주공 재건축의 흥행실패는 분양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움은 물론이고 부동산PF 등 부동산 관련 금융 부문에도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의 사실상 폐지 같은 최후의 카드까지 꺼낸 터라 긴축적 통화정책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바뀌는 시기가 도래할 때 자칫 분양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완판은커녕 7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둔촌주공 평균계약률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정당계약률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건설 등의 시공단과 재건축조합은 무순위 청약이 종료되는 3월까지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60~70%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략적인 분석이다.
기실 둔촌주공의 정당계약률이 저조할 것이란 시장의 전망은 전부터 있었지만 이런 시장의 전망을 확신에 가깝게 만든 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정당계약이 끝나기도 전인 지난 12일 HUG로부터 75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승인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 5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이 대출의 만기는 준공 예정일 2025년 1월 이후 입주 기간 3개월이 지난 2025년 4월까지고 금리는 CD금리(3.97%)에 고정금리 2.5%, 은행과 HUG의 보증 수수료 등을 더한 7.6~7.7%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둔촌주공 조합은 지난해 10월 7000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12%의 높은 금리로 대환했는데 당해 대출의 만기가 오는 19일이었다.
조합이 17일까지 예정된 일반공급 정당계약을 통해 확보한 계약금으로 대환을 상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정당계약률이 첨예한 관심사였다. 시장에서는 정당계약률이 77%를 넘으면 차환금액 전액의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데 놀랍게도 조합은 일반분양자들의 계약금이 아닌 HUG 보증을 통한 대출로 대환을 상환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물경 1백억 원이 넘을 금융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을 받아 차환을 상환한 조합을 보면서 둔촌주공 정당계약률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을 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이다.
예비당첨자와 유주택자 무순위 청약이 대기하고 있는터라 둔촌주공의 최종 계약률을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둔촌주공의 정당계약률이 매우 저조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길이 없다.
입지와 규모 등의 면에서 필적할 상대를 찾기 어려운 둔춘주공이 분양에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지라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게다가 분양성공을 전제로 추진되는 부동산 PF 등 부동산 관련 금융부문의 신용경색도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3 미분양 대책’은 둔촌주공일병 구하기
기실 윤석열 정부가 새해 벽두에 발표한 ‘1.3 미분양 대책’은 마치 둔촌주공을 위한 맞춤형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였다.
분양권 전매제한 1년으로 축소 및 실거주 의무 폐지, 전용면적 84㎡ 청약 당첨자를 위한 12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허용, 무순위 접수 유주택자 허용은 둔촌주공 완판을 견인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3종 선물세트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둔촌주공의 완판을 이끌어내야 크게 흔들리고 있는 분양시장의 붕괴를 막고, 둔촌주공이 상환해야 하는 7200억 원 규모의 PF 관련 어음과 단기사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부랴부랴 ‘1.3 미분양 대책’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동시급락, 여전히 높은 이자, 경기침체에 대한 강한 우려 등이 겹치면서 둔촌주공 일반분양분 당첨자들은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의 사실상 폐지는 위험천만한 도박
한편 윤석열 정부는 ‘1.3미분양 대책’에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사실상 폐지하다시피 하는 정책을 포함시켰는데, 이는 자칫 분양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들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대책이다.
근래 아파트 미분양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는 2009년 3월로 무려 16만5641호가 미분양이었고 그 중에서도 악성이라는 준공 후 미분양이 5만2천호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5만8027가구이고,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7천 호 수준에 불과하니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당시의 이명박 정부는 미분양 해소에 총력을 경주했고 각종 미분양 대책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때조차도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조차 2011년 여름이 되어서야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단축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단축 혹은 사실상 폐지는 폭발성이 강한 대책이다.
주지하다시피 분양권은 아파트를 얻을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런데 분양권 매수시 취득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고작 계약금 10~20%로 아파트 취득 권리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중도금 대출을 활용하면 중도금 납부도 걱정이 없다.
결정적으로 분양권은 양도세 중과 대상도 아니다. ‘12.21부동산 대책’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분양 및 주택·입주권에 대해서는 단기 양도세율을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70%인 양도세율을 45%로 낮추고 1년 이상인 경우 60%였던 양도세율을 폐지할 방침이다.
쉽게 말해 아파트 분양권 투자는 전세를 끼고 투자를 하는 이른바 갭투자에 비해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투자비용 회수 기간도 단축되며 수익률도 압도하는 상품인 것이다.
미분양이 폭증하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7조 원(유동화사채 포함), 다음달에 만기가 도래하는 10조 원,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5조 원 규모의 PF ABCP의 상환이 어려워진다.
이는 부동산 업계를 넘어 금융부문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윤석열 정부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의 사실상 폐지는 선을 넘은 느낌이 확연하다.
지금이야 미 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 여의치 않겠지만 만약 완화적 통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분양시장은 투전판으로 화할 가능성이 높다.
분양권의 자유로운 전매는 단타를 노리는 자금이 인기 있는 분양시장으로 물밀듯 몰려드는 것을 견인할 것이고 분양권 시장에서 시작된 투기의 불길은 재건축 시장과 구축(舊築)으로 번지기 일쑤다. 이는 과거에 늘 반복되던 패턴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윤석열 정부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의 사실상 폐지는 너무나 위험한 정책수단을 너무나 빨리 시장에 투사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