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에서 얻은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투자유치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유치는 대부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과거 정부들이 체결한 MOU 사례를 보면 실제 투자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었다. 이번 투자 유치 성과가 실질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UAE 국빈 방문을 마치고 두 번째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스위스에 도착했다.
대통령실은 UAE 방문의 가장 큰 성과로 한국에 대한 300억 달러 투자 결정을 꼽았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한국에 대한 UAE의 300억 달러 투자공약을 명시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16일 브리핑에서 UAE 투자유치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임석 하에 체결된 MOU 13건, 개별적으로 체결된 MOU 11건, 한-UAE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체결된 MOU와 계약 24건 등 48건의 MOU가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번 투자유치를 두고 “신 중동붐 원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수출 및 해외시장 진출로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MOU는 법적구속력이 없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투자유치에 관해 “300억 달러의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MOU가 실제 계약으로 이뤄질지는 긴 시점에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도 전날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대통령실에서는 (투자금액을) 공동성명까지 집어넣었으니까 단순히 MOU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라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계약이 아니다”라며 “디테일(세부조건)을 굉장히 많이 봐야하고 나중에 어그러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역대 정부들이 체결한 해외 MOU가 ‘용두사미’로 끝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2019년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83억 달러 규조의 8건의 MOU 및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4건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진행되고 있는 4건 중 3건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석유화학 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이란 순방에서 66건의 MOU를 체결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52조 원을 투자유치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제2의 ‘중동붐’이란 표현까지 쓰며 경제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실질적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MOU 66건 가운데 산자부 소관 18개 MOU는 취소되거나 본계약 추진이 불명확한 상태였다.
또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이란과 MOU를 맺고 추진한 K-타워가 처음부터 사업완료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건설수주 MOU 13건과 거래조건협정(MOA) 4건 등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명박정부가 ‘자원외교’를 강조하며 맺은 MOU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국정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MOU 96건 중 실제 본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16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명박정부가 2010년 터키에서 원전 4기 건설을 위한 체결한 MOU는 자금 조달 방식 등에서 서로 입장 차이를 보여 6개월여 만에 협상이 종료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새누리당 시절인 2014년 10월 ‘역대정부 대통령 해외자원개발 세일즈외교 성과는 F학점’이라는 문서를 통해 참여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역대 정부 대통령이 직접 체결한 석유·가스·희토류 등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MOU 체결과 관련 후속조치를 검토한 결과 사업 대부분이 성과 없이 종료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대규모 MOU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UAE의 ‘립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이날 굿모닝YTN에서 “투자규모 측면에서 300억 달러는 상당하지만 40여 건의 MOU가 실제 계약으로 이뤄질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후속조치를 통해 MOU를 성과로 연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MOU가)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련 부처가 촘촘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