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전경련 차기 회장 후보로 거명되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
[비즈니스포스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차기 회장 직에 여러 후보들의 이름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전경련으로서는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만한 무게감 있는 기업인에게 사령탑을 맡기는 일이 절실하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이 없이 모두 손사래 치는 분위기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차기 회장 추대와 조직 쇄신을 동시에 추진하며 과거의 위상을 일정 부분이나마 회복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임원진에게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전경련은 재계를 대표하는 맏형 역할을 해왔지만 ‘박근혜-최서원(개명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이 모두 전경련을 탈퇴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 시절 대통령과 대기업 경영인들의 만남 등 굵직한 행사에서도 배제되며 ‘전경련 패싱’이란 말도 들어야 했다.
과거 전경련이 맡았던 재계 대표단체의 역할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로 넘어갔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2021년 한미 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에서는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던 박용만·최태원 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다만 윤석열정부 출범 전후로 약간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2022년 3월 전경련이 주관해 당선자와 경제단체들 사이 만남을 성사시키며 전경련 위상의 부활 신호로 여겨지기도 했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정부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돌아선 시점에 신임 회장 인선을 계기로 과거의 위상을 되찾는 데 박차를 더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차기 회장은 향후 전경련의 위상을 결정 짓는데 적잖은 중요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영향력과 상징성을 고루 갖춘 인물이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전경련은 라이벌이 돼 버린 대한상의가 부러운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대그룹의 일원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같이 영향력 있는 인물이 회장을 맡으며 대한상의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 회장은 경제 분야 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 등의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정부와 경제계 사이를 잇는 역할을 원만히 잘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경련에서도 4대그룹 총수 가운데서 차기 회장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거론되는 당사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데다 4대그룹 총수들은 재계를 대표하기에 나이가 다소 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재계에서 연배가 있는 선배 기업인이 회장을 맡아왔던 전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10대그룹으로 범위를 넓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로 꼽는 이들도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나 항공우주연구원의 누리호 주요기술 이전에서 정부로부터 배려를 받은 이력이 있는 만큼 윤석열정부와 관계가 원만하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김 회장이나 신 회장 모두 차기 전경련 회장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맡고 있는
손경식 회장도 전경련 차기 회장 물망에 오른다.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 자리가 주어지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마음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줄곧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만약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오른다면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 전경련 차기 회장에 여러 후보들의 이름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전경련타워 전경. <전경련> |
다만 전경련 내부에서는 두 단체 사이 통합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데다 손 회장이 전경련 쇄신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놓고도 물음표가 많이 달린다.
손 회장은 1939년 출생으로 현 허창수 회장(1948년 출생)보다도 9살이나 많다. 경륜이 있고 노련한 경영자임에는 틀림없지만 개혁과 쇄신을 이끌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데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회장이 임원진에서 선임되는 전례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부회장단에서 차기 회장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승연 회장,
신동빈 회장도 모두 전경련 부회장을 맡고 있다.
같은 이유에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도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재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류 회장은 2021년 전경련 부회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오랫동안 전경련에서 활동을 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국내외 정재계는 물론 스포츠계에서도 인맥이 두터워 해외 활동이 더 빈번해지는 재계 사정을 고려하면 차기 회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최대 관건은 당사자의 수락 여부다. 적임자로 꼽히는 인물들이 대개 회장 자리를 고사하는 분위기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는 허창수 현 회장이 2011년부터 7번째 임기를 이어가며 최장수 회장이 된 것과 무관치 않다. 허 회장은 2017년부터 회장 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번번이 후임자를 찾지 못해 계속 자리를 유지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