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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메모리 업황 악화에 전략 고민, D램과 낸드 이원화 가능성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01-09 1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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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선두 삼성전자는 지금껏 다른 주요 업체와 달리 감산에 거리를 두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사업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어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메모리 업황 악화에 전략 고민, D램과 낸드 이원화 가능성
▲ 선두기업인 삼성전자는 감산에 거리를 두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사업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며 일각에서는 다른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의 감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의 경쟁 구도가 서로 다른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각각 다른 전략을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다만 시장의 경쟁 구도가 서로 다른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다른 전략을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가 심화함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경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조3천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전년 4분기보다 70%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시장추정치(6조9254억 원)를 크게 밑돌았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업계 선두 주자로서 이익 체력이 뒷받침되는 데다 반도체 외 사업도 제법 탄탄하다.

이와 달리 다른 주요 업체들은 이미 4분기부터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당장 지난해 4분기 8천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론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억900만 달러(약 2600억 원)을 봤다. 7년 만에 분기 영업적자를 본 것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업황 악화를 고려해 감산을 공식화했다. 특히 마이크론은 올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수를 약 10% 줄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런 주요 업체들의 감산 기조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안정화되고 업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증권업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의 행보에 증권업계와 반도체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가장 큰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여부에 따라 업황 회복 시점이 빨라지거나 더욱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고 설비투자 역시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기존 방침을 아직 바꾸지 않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투자 축소 계획은 없다”며 감산설을 일축했다.

과거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장악한 경험이 있는 만큼 감산 없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충분히 타당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급감한 데 이어 올해 14년 만에 연간 영업손실 가능성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감산 카드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업황 부진 시기를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수요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사들에 대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 쪽에 긴장감을 주는 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업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자본지출(CAPEX)과 생산능력(CAPA)운영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D램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마이크론 3곳이 ‘1강2중’구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독과점 체제 시장이다. 삼성전자가 시장 입지를 위협받을 공산이 크지 않은 만큼 다른 업체의 감산 기조에 동참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D램보다 경쟁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기술적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래서 주요 5~6개 기업 가운데 하나가 생산능력을 가파르게 올리면 시장점유율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최근 다시 불거진 낸드플래시 2·4위 업체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가능성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선두를 위협할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지난해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 31.4%, 키오시아 20.6%, SK하이닉스(솔리다임 합산) 18.5%, 웨스턴디지털 12.6%로 조사됐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32.8%로 삼성전자(31.4%)를 약간 앞지르게 된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분야로 꼽힌다. 특히 기업용 데이터서버 쪽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로서는 감산을 하지 않고 버틴다면 오히려 업황 악화 시기에 낸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쥘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생산과 투자 계획에서 변동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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