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사실상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두 회사의 결합이 방송통신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5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보낸 심사보고서에서 “두 회사의 결합으로 국내 방송통신 업계에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식양수금지와 합병금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보고서가 사업자들에게 발송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업계 예측보다 훨씬 강력했다.

공정위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면 시장 독과점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는 4월 말 기준으로 83만 명(점유율 13.2%)이다. 2위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인데 가입자 81만 명(점유율 12.9%)을 확보하고 있다.

방송권역의 독과점 폐해는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사업자인 SK텔레콤의 IPTV와 지역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가 합병했을 때 유료방송(케이블+IPTV) 권역에서 시장점유율이 60%를 넘는 곳만 전체 23곳 중 15곳에 이르고 21개 권역에서는 1위 사업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7조4항에 따르면 △기업 결합 후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 되거나 △1위 사업자와 2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차이가 25%포인트 이상이 되면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한다고 돼있다.

공정위는 이번 합병이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 결정이 시장의 효율성보다 독과점 견제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시장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기업들의 선제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에 2주간의 시간을 준 뒤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 대한 반론을 준비해 전원회의에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상임위원들은 심사보고서와 SK텔레콤의 반론을 들은 뒤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이번 합병 불허 결정이 전원회의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 경쟁 제한성(독과점)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세계적인 흐름이 이번 공정위의 합병 불허 방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5월 유럽연합(EU)은 홍콩의 CK허치슨 홀딩스가 신청한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의 영국 사업부문 오투(O2)의 인수(17조 원 규모)건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

EU 규제당국은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의 제한 △요금 인상 우려 △기업의 혁신 제한 등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유럽의 규제당국은 전통적으로 미국보다 M&A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최근 미국당국도 유럽 수준으로 심사를 엄격히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M&A 심사가 엄격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