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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2월] 현대차그룹, 윤석열정부의 섬세한 외교가 아쉽다

박창욱 기자 cup@businesspost.co.kr 2022-12-0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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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2월] 현대차그룹, 윤석열정부의 섬세한 외교가 아쉽다
▲ 현대차그룹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윤석열정부의 섬세한 외교가 아쉬운 일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취임 첫해부터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 등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대체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부정 평가가 높은 이유로는 '소통 미흡', '독단적·일방적',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 '외교' 등이 주로 꼽힌다. 
 
정치적 문제야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부정 평가의 주된 이유에 경제와 외교에서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많은 셈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 11월까지 8개월 연속 무역적자에 두 달째 수출이 줄어드는 등 우리나라 각종 거시경제 지표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는 점이 이런 부정 평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변하면서 대외 교역여건이 나빠진 영향이 크다. 오롯이 정부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는 문제다.
 
[데스크리포트 12월] 현대차그룹, 윤석열정부의 섬세한 외교가 아쉽다
▲ 한국갤럽 등의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부정 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대체로 2배가량 높다. 주요한 이유로 경제와 외교에서 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또 윤석열 정부가 통상 외교에서 성과를 전혀 못 낸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을 통해 그동안 논의되던 수십 조 원 규모의 투자 논의를 원만하게 매듭지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660조 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력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런데도 경제와 외교에 관한 국민들의 평가가 이렇게나 박한 이유는 뭘까. 그 단서를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벌어졌던 해프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윤 대통령에 대해 '제네시스보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더 좋아한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11월15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 응우라라이 공항에 도착한 뒤 벤츠를 이용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에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과 아이오닉5 등 400여 대의 전기차를 공식 지원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이 제네시스 대신 벤츠를 탔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뼈 아플 수밖에 없다.

물론 대통령실에서는 공식 의전 차량으로는 제네시스를 이용했으며 경호 상의 문제가 있는 공항 등 장소에서만 주최 측이 제공한 차량을 이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자동차 '홍치'를 가져와 공항에서 이용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커 보인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첫 번째 세일즈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바탕으로 지난 3월 현지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세운 뒤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데 힘을 주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업체들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데스크리포트 12월] 현대차그룹, 윤석열정부의 섬세한 외교가 아쉽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에 정 회장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는데 고삐를 죄면서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에 맞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 구축사업에서도 현지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벤츠 탑승 보도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을 넓히려는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G20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실의 섬세하지 못한 대응에 정 회장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주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세제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8월 발효된 뒤 현지 전기차 판매에서 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IRA 발효 전 미리 세밀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에 미국 전기차 판매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인도네시아에서도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가 철저히 자국 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우리 정부의 세심한 지원을 든든하게 받지 못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다른 주요 기업 총수와 마찬가지로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세계를 돌며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민간외교 사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엄밀히 말하면 정부가 해야 할 외교적 역할을 정 회장 같은 민간 기업의 오너경영자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신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 역시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기업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더욱 세밀한 정책적,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재계 내부에서 많다. 

정부가 앞으로 주요 기업과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해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반영해 글로벌 통상외교에서 섬세하게 뒷받침에 나선다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부정 평가는 얼마든지 긍정 평가로 바뀔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처럼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에까지 윤 대통령이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말이다. 박창욱 기자
 
[데스크리포트 12월] 현대차그룹, 윤석열정부의 섬세한 외교가 아쉽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월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추가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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