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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돈 되는 화합물반도체, SK실트론은 SK 성장동력의 핵심 퍼즐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2-12-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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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최근 2차전지가 각광 받는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2차전지 수요도 폭증할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있다.

그런데 전기차가 뜨면 2차전지 못지않게 주목받을 만한 업종이 바로 화합물반도체이다.

화합물반도체는 두 종류 이상의 원소로 구성된 반도체다. 

우리에게 익숙한 반도체는 단일 원소로 구성된 실리콘반도체다. 실리콘반도체가 시장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 이유는 지구상에 실리콘이 널려 있고 저렴하게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실리콘이 지닌 물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소재가 필요해졌다. 고온 환경과 고전압을 견디면서도 부피는 작고 무게는 가볍고 성능은 뛰어난 반도체가 필요한 분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특성들을 지닌 화합물반도체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화합물반도체가 가장 많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전력반도체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소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인버터에도 필요하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는 수요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합물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전력반도체보다 고열, 고전압에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에 탑재했을 때 효율성이 높아진다.

실리콘 전력반도체를 전기차에 탑재하면 고열을 견디기 위해 냉각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만큼 무게와 부피도 늘게 된다.

화합물반도체인 탄화규소(SiC)를 적용하면 그 자체로도 전열면적이 줄어 부피가 줄어드는데 냉각장치도 아예 없애거나 축소할 수 있어서 이중으로 부피와 무게가 줄어든다.

테슬라 모델3 인버터에 적용된 탄화규소 모듈은 실리콘 대비 효율이 최대 10대 늘어나는 반면 부피는 43%, 무게는 6kg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이유에서 신재생에너지 인버터에서도 화합물반도체가 적용될 여지가 크다.

현재 화합물반도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기술적 난도와 그에 따른 높은 가격이다.

실리콘반도체 웨이퍼 제조에는 초크랄스키 공법이라는 대량생산 공법이 정착돼 있다. 하지만 화합물반도체는 기존 실리콘반도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존 실리콘웨이퍼 제조기술과는 다른 에피택시란 결정형성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 실리콘 웨이퍼 제조기술과는 기술적 접점이 거의 없는 만큼 실리콘웨이퍼 강자라고 해서 화합물웨이퍼에도 잘하는 건 아니다. 반도체업종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화합물반도체는 기존 실리콘웨이퍼와는 무관하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유럽업체들이 화합물반도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인 SK실트론이 선두주자들을 뒤쫓고 있다.

SK실트론은 원래 LG그룹에서 LG실트론이란 이름으로 반도체 웨이퍼 제조를 하는 곳이었는데 SK그룹이 2017년 인수하면서 SK실트론이란 이름으로 거듭났다.

SK실트론은 실리콘웨이퍼 제조에서도 세계 3위의 경쟁력을 지닌 곳이다.

SK실트론은 2020년부터 전력반도체 소재 시장에 진출했는데 여기서 핵심이 화합물반도체다. 미국 자회사 SK실트론CSS를 통해 8인치 탄화규소웨이퍼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2024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SK실트론이 화합물반도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아직은 먼저 연구개발을 진행해 양산에 성공한 해외 기업들이 앞서 있는 만큼 SK실트론을 글로벌 단위에서 상위권 업체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화합물반도체 수요는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상위권업체들과 SK실트론 등이 양산에 나서더라도 공급이 못 쫓아갈 공산이 크다. 화합물반도체는 기술 난도가 높고 자본집약적 성격도 있어서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라 공급자가 급격히 늘어나기도 힘든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탄화규소 시장이 2021~2026년 연평균 2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화합물반도체 질화갈륨 시장은 같은 기간 무려 연평균 12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실트론이 기존 실리콘웨이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화합물반도체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에서 유일한 두 마리 토끼 사냥꾼”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 웨이퍼 경쟁사들 가운데 화합물반도체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그리고 화합물반도체에 뛰어든 곳들을 보면 아직 기술개발이나 시장형성이 미진한 만큼 실적 흐름이 좋지 않다.

이에 반해 SK실트론은 기존 실리콘 웨이퍼에서 좋은 실적 흐름을 바탕으로 현금을 모으고 이를 통해 화합물반도체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SK실트론은 화합물반도체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지닌 국내 스몰캡들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생산업체인 예스파워테크닉스 지분을 인수하며 웨이퍼에서 전력반도체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했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생산업체인 RFHIC와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협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탄화규소와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모두 내재화하는 셈인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룹 내 전력반도체 수요처들까지 가치사슬이 확장될 수 있다. SK그룹 내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는 시그넷브이,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하는 SK온,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SK에코플랜트 등의 전력반도체 수요처가 있다.

SK실트론으로서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캡티브 마켓이 확보된 셈이고 각 수요처들로서는 반도체 공급난과 같은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소재,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반도체를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놓고 있는 SK그룹에서 SK실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SK그룹은 2011년 종합반도체회사 SK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2015년 반도체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그리고 2017년 반도체 필수 소재인 웨이퍼를 공급하는 SK실트론을 인수했다.

SK실트론이 그룹의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퍼즐과 같은 역할인 셈이다.

이제 그룹의 반도체사업뿐 아니라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먹거리 분야에서도 역시나 핵심 퍼즐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엔 화합물반도체가 있다.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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