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14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되면서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둔 국내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발생한 파업이 LG이노텍,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자부품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아이폰14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되면서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둔 기업들은 실적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를 고객사로 두고 있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부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은 정저우 공장 직원들이 중국정부의 방역 통제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자 근로자의 복귀를 유도하고 신규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보너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폭스콘이 중국 사회관계망(SNS) 위쳇에 공지한 내용을 보면 근무지에 복귀한 근로자들이 30일 동안 공장에 체류하면 3천 위안(약 55만 원)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고 23일 이상 일하면 2023년 1월 6천 위안을 추가로 받게 된다. 또 올해 11월 초 혹은 그 이전에 입사한 정규직 근로자들은 12월과 2023년 1월 급여로 각각 1만3천 위안(약 240만 원)씩 받을 수 있다.
폭스콘은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해 중국 전국 각지에서 10만 명의 신규 근로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신규 채용 인력의 업무 숙련도가 미숙한 점을 고려하면 정저우 공장의 생산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새로 입사한 직원들도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전 세계 아이폰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공장이며 최근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곳인 만큼 이번 시위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블룸버그는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 사태로 아이폰14프로 모델 공급이 600만 대 감소할 것”이라며 “아이폰14프로의 가격이 최소 1천 달러에서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애플은 적어도 60억 달러의 매출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올해 더 이상 아이폰14가 출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아이폰14 출하 중단 가능성은 LG이노텍이나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에게 큰 악재다.
특히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둔 LG이노텍은 폭스콘 정저우 공장 사태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아이폰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고 있는데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 폭스콘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시위 사태. <연합뉴스> |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아이폰 생산 차질이 LG이노텍 실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보다 9.1% 하향 조정했으며 2023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보다 10.2% 축소했다.
이 연구원은 “LG이노텍의 미주 고객사(애플)는 중국 제조 공장의 생산 차질 문제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애플은 2023년 5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 구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LG이노텍은 이익이 축소되는 환경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시리즈에 들어가는 올레드 디스플레이 패널 10개 가운데 7개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은 올해 1억2천만 개의 올레드 패널을 주문했는데 이 중 약 8천만 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와 BOE는 각각 2천만 개, 600만 개를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나 중국 BOE도 일부 물량을 납품하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대부분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인 1조9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 역시 아이폰 덕분이었다. 따라서 아이폰 출하량 감소는 삼성디스플레의 실적 후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LG이노텍과 달리 아이폰 생산 차질을 악재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이자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는 애플의 공급망 문제로 스마트폰사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이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인기 제품을 대규모로 할인판매하며 애플 제품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데 주력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서 줄어드는 매출을 삼성전자에서 일정 부분 메울 수 있는 것이다.
해외 IT매체 샘모바일은 “아이폰 공장의 파업은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2023년 초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