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분리막 생산설비의 생산성 혁신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적자 지속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가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 사장은 북미 진출계획을 밝히는 등 공격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새 분리막 생산설비에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생산성 혁신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4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4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본다면 지난해 4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5월 상장 당시 81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주 청약증거금 기록을 세우는 등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그러나 1년이 넘게 지난 현재 당시 기대와는 다른 국면이 펼쳐진 셈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4분기 연결기준으로 7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전력난이 길어지면서 폴란드 분리막 공장의 전력비가 상승했고 중국 분리막 업체들과 경쟁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유럽 전력비가 언제 안정화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또 중국 분리막 업체들과 점유율 경쟁 심화로 판매가격도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를 이유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애초 각각 2023년 1분기, 2023년 4분기, 2024년 2분기로 예정됐던 폴란드 분리막 제2, 3, 4공장의 상업가동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노 사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일 증권사 연구원 대상 콘퍼런스콜을 시작으로 4일까지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등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8일부터 12일까지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투자책임자,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연금 자산운용 관계자 등을 만나 투자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노 사장은 이 기업설명회들에 모두 직접 참석해 실적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우려를 최소화하고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도 장기적 가치투자처를 찾는 우호 투자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 사장은 북미 시장 진출 계획을 확정해 조만간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배터리 소재의 북미 현지 생산이 중요해진 탓에 배터리 소재업체들의 북미 시장 진출은 필수로 여겨진다.
유럽에서도 유럽연합(EU)이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역내 생산 강화, 중국 원자재 의존도 축소 등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원자재법(RMA) 초안을 내년 1분기 공개한다.
다만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2024년까지 폴란드에 모두 연간 15.4억㎡ 규모의 분리막 생산시설을 짓기로 해 유럽 원자재법에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북미 시장 진출에 더욱 힘을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연간 글로벌 분리막 생산능력을 2022년 15.3억㎡에서 2024년 27.3억㎡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노재석 사장은 기업설명회에서 “글로벌 습식 분리막 수요가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향후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북미 지역 투자계획은 시장 잠재력과 주요 고객들의 수요 증가를 고려했을 때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겪고 있는 수익성 악화를 중장기적으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노 사장이 생산성 혁신을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이런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 향후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다시 조성되더라도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원가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크게 설비 생산성 향상과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설비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서는 우선 현재 가동 중인 설비의 개량을 통해 생산성을 20% 이상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연간 8400만㎡의 고부가 습식 분리막을 생산 설비의 생산능력을 2024년까지 1억200만㎡까지 늘린다.
또 폴란드 제3공장과 제4공장에 도입될 설비(연간 1억2900만㎡)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지닌 신규 설비(연간 1억6500만㎡)를 향후 북미 공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스마트팩토리 전환 측면에서는 2023년 안에 분리막 생산 공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사전 인지 및 조치 방안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인공지능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24년까지 생산 공정의 자동화 설비기술을 개발해 고정 인건비를 줄이고 글로벌 제조 표준화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노 사장은 “현재와 비교해 최대 2배의 생산성을 개선한 설비기술을 확보했고 향후 북미 진출 때 신규 증설라인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통해 글로벌 생산시설의 품질 균일성을 확보하고 단위당 고정비를 최대 60%까지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