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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오너가 갈등, 결국 '형제의 난'으로 비화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07-09 16: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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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 오너가 갈등, 결국 '형제의 난'으로 비화  
▲ 왼쪽부터 효성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변호사, 삼남 조현상 부사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효성 부사장을 지낸 조현문 변호사가 형과 동생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사장은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은 고령에 담낭암 등 중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조현준 사장이 최근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효성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효성그룹이 경영승계를 앞둔 상황에서 조 변호사가 후계구도에 영향을 끼칠 일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불법행위, 바로 잡겠다”

9일 검찰과 효성그룹 등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지난달 10일 효성그룹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이하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최모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트리니티와 신동진은 효성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계열사로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최대주주다. 이에 따라 조 변호사가 사실상 형과 동생을 상대로 형사고발한 것으로 형제간 전쟁의 제2막을 열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효성그룹은 이와 관련해 “이사로 경영에 전반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라며 조 변호사의 고발내용을 반박했다. 효성은 또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투자가 적법한 경영판단에 따른 정상적 투자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도 효성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나는 등기이사로 이름만 있었지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나 신동진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었다”며 “더 이상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번에 불법행위를 바로 잡고 정리하려고 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 슬하의 3형제 가운데 둘째인 조 변호사는 지난해 2월 효성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또 그룹내 상장계열사 보유지분 7%도 매각하는 등 지분을 정리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효성그룹의 부동산 관련 비상장 계열사 3곳의 지분 일부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효성그룹의 부동산 관련 비상장계열사 3곳의 경우 세 형제가 각각 하나씩 8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다른 두 개 회사도 10%씩 나눠 지니고 있다.

조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트리니티의 경우 형인 조현상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자금을 대여하고 출자전환하는 과정에서 66억 원 가량을 배임했고 신주를 사들이면서 42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신동진이 부실계열사에 자금을 대고 지분을 인수하면서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번 검찰 고발과 관련해 그룹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한 홍보대행사를 통해 입장을 해명했다. 그는 “그룹내 불법행위를 바로 잡고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그룹을 떠났다”며 “하지만 저들은 나의 진위를 왜곡하고 음해하며 다른 한편으로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다”고 효성그룹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7월부터 효성그룹을 상대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이사 사임 등기절차 소송, 효성토요타 등 4개 회사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 두미종합개발 주주총회 결의 무효확인과 명의개서 이행청구소송 등 소송을 계속해 왔다.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서 이번에 그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 오너가 갈등, 결국 '형제의 난'으로 비화  
▲ 탈세 및 배임, 횡령 혐의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석래(가운데)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10년 묵은 형제 갈등


조석래 회장 삼형제 사이에서 갈등이 터져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의 세 아들은 모두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이다.

조 변호사는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와 하버드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형인 조현상 사장은 예일대 정치학과, 막내 조현상 부사장은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조홍제 효성창업주의 아들인 조석래 회장도 삼형제 중 맏이였다. 조 회장은 동생들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조욱래 디에스디엘 회장과 함께 경영권을 나눠 물려받았다.

조 회장도 세 아들을 차례로 그룹경영에 참여시켰다. 섬유 정보통신은 장남 조현준 사장, 산업자재 부문은 삼남 조현상 사장, 그리고 중공업 부문은 차남 조현문 변호사에게 각각 맡도록 했다.

조 변호사는 형과 동생보다 좀 늦게 경영에 뛰어들었다.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그는 2007년 효성중공업 PG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해 의욕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2007년 9980억 원에 머물렀던 중공업 부문 연 매출은 이후 2010년 2조1251억 원, 2012년 2조6149억 원까지 증가했다. 2012년 3분기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아버지 조 회장은 물론 나머지 두 형제와 심한 갈등을 빚었다. 특히 그가 중공업 부문을 맡는 동안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였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 변호사는 개성과 주관이 유난히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는데 이런 성격도 형제간 불협화음을 불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는 서울대 재학시절 그룹 ‘무한궤도’의 멤버로 음악활동을 했다.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그룹 무한궤도에서 그는 키보드를 맡았다. 재벌가 3세치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셈이다. 리드보컬이었던 신해철이나 이후 공일오비를 만든 정석원은 유치원부터 중고교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다.

◆ 조석래 회장 횡령 재판에 책임없다는 의사 표현?


조 변호사는 지난해 2월 이후 효성가와 사실상 절연을 선언하고 변호사로 독자적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회사를 떠난 시점이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 시점과 맞물리면서 조 변호사는 회사내부 비리 제보자로 의심을 받는 등 각종 루머에 시달렸다.

그는 지난 해 2월 효성그룹을 떠나면서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오랜 기간 동안 말할 수 없는 많은 음해와 루머에 시달려 왔다. 그중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악의적 내용들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조 변호사의 공식직함은 ‘법무법인 현’의 공동대표 변호사이다. 그는 지난해 효성 경영에서 손을 뗀 뒤 법무법인의 미국진출을 위해 미국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검찰조사에 응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출국금지를 당했고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조석래 회장과 형 조현상 사장과 함께 8천억 원 규모의 회삿돈 횡령, 배임, 탈세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 조 변호사가 이번에 검찰에 고발한 것도 현재 진행중인 재판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조 변호사가 그룹경영에서 이미 발을 뺀 만큼 과거 문제로 법적 책임을 나눠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란 얘기다.

조 변호사는 최근 효성캐피탈의 임원에 대한 불법대출 문제로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과 함께 금융 당국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다. 효성그룹 경영 참여에 따른 법률적 도덕적 책임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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