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머스크 트위터 인수, '플랫폼 제국' 토대될까 '기행'에 그칠까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 인수를 통해 중국 '위챗' 또는 한국의 카카오와 같은 광범위한 플랫폼 구축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새가 자유롭게 풀려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 문장의 짧은 글을 남겼다.

머스크가 언급한 ‘새’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를 의미한다. 트위터는 새의 지저귐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서 이름을 따 왔고 로고 역시 파란 새 한 마리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현지시각으로 27일 트위터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머스크의 개인 자금과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돈을 합쳐 모두 440억 달러(약 62조5천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 투입됐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가 결정되자마자 파라그 아그왈 CEO(최고경영자)와 네드 시걸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핵심 경영진 3명을 일제히 해고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전량을 인수해 상장폐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전체 직원의 약 75%를 해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트위터가 완전히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는 점을 선언하며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방향성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머스크는 처음 트위터 인수를 추진할 때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끌어 나갈 운영 방식과 철학을 소신있게 밝혀 왔다.

절대적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콘텐츠 내용을 검열하거나 사용자 계정을 정지시키지 않고 모든 의견이 플랫폼 내에서 오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계정 정지를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도 복구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앞으로 플랫폼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새가 자유롭게 풀려났다는 그의 말은 곧 그동안 트위터에 적용되고 있던 다양한 콘텐츠 검열 정책을 없애 누구나 제약 없이 의견과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거침없는 말과 행동, 독선적 리더십, 일반 상식을 벗어나는 기행 등으로 유명하다. 한편으로는 테슬라 설립으로 전기차 혁신을 주도한 선구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따라서 머스크의 이번 트위터 인수가 값비싼 기행으로 그칠 지, 아니면 정체되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의 성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지 의견이 분분하다.

표면적으로 볼 때 머스크가 기존에 이끌던 테슬라의 전기차사업 및 스페이스X의 우주항공사업 등은 순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인 트위터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향후 전기차사업이 서비스 및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며 머스크의 선택도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늘Who] 머스크 트위터 인수, '플랫폼 제국' 토대될까 '기행'에 그칠까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

머스크는 6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플랫폼를 인수한 뒤 X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포함하는 앱’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짧게 언급한 적이 있다.

중국의 ‘위챗’ 앱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간편결제,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 생활에 꼭 필요한 앱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트위터 플랫폼도 더욱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례를 예로 들면 카카오 계열 플랫폼이 이런 예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테슬라는 향후 자율주행 전기차 상용화에 성공하면 이를 통해 직접 자율주행 택시 호출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두고 있다.

트위터 기반 플랫폼을 통해 차량 호출과 결제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서비스 출시 초반부터 전 세계의 수많은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테슬라 전기차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등 구독서비스, 전기차 관리와 물품 구매 등 기능도 해당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면 테슬라 차량 이용자도 끌어들이게 된다.

카카오가 메신저와 차량호출 서비스, 쇼핑과 금융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카카오 제국’을 건설한 것과 같이 테슬라도 트위터 플랫폼과 중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셈이다.

트위터가 현재 온라인상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플랫폼 가운데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대상에 포함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단순히 값비싼 기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사업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그는 트위터 인수가 확정된 뒤 트위터 플랫폼에 광고를 내거는 기업을 대상으로 “극단적 정치 성향이나 폭력적 콘텐츠, 모든 것이 허용되는 ‘지옥’을 만들려는 의도는 없다”는 서한을 보냈다.

트위터가 광고 매출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무리한 운영 방식으로 이용자와 고객사를 놓칠 가능성을 우려해 자신의 철학보다 사업가적 면모를 더 앞세운 셈이다.

머스크는 “내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에 대한 관측은 대부분 올바르지 않다”며 “트위터가 모두를 위한 건강한 디지털 광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