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스코홀딩스를 출범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제시했던 '철강기업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전환'이라는 과제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주력 철강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2차전지 소재사업 수직계열화를 통해 만들어 둔 경쟁력이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그룹 '철강' 우여곡절 많아, 최정우 '잘 키운' 2차전지소재가 버팀목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이 최근 2차전지 소재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그룹 이미지를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사업 수직계열화 전략과 관련해 원재료 조달을 포스코가, 2차전지 소재 가공을 포스코케미칼이 각각 맡아 자체 공급망 가치사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계열사 포스코가 포스코케미칼에 리튬과 니켈, 흑연 등 양극재 및 음극재의 핵심 원재료 공급을 맡으면서 그룹 전체 이미지도 기존 철강업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낮은 2차전지 소재기업을 찾기 어려워 진다는 점에서 포스코그룹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와 호주 등 중국 이외 지역에서 리튬과 니켈 등 원재료를 조달하는 공급망을 든든하게 갖춰두고 있다는 점때문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안보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특히 배터리와 관련해 전기차 관련 세제혜택 조항을 통해 전기차의 탈중국 기조를 구체화한 내용이 담겼다. 

전기차 배터리에 미국 혹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소재가 일정비율 이상 들어가 있어야 전기차 보조금(세제혜택)을 준다는 조항도 포함한다.

물론 이런 조항을 놓고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법 세부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2차전지 소재와 원료까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 기조는 변하지 않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된 이후 포스코케미칼이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 총 13조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2차전지 소재사업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도 배터리 소재와 관련한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 회장이 올해 3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출범하면서 세웠던 목표에 한발 다가서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포스코홀딩스 출범 기념사에서 “사업 정체성이 철강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때 포스코그룹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포스코홀딩스의 기업가치에도 2차전지 소재사업의 반영도가 커지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 출범 이전부터 최 회장은 2차전지 소재사업에 힘을 실어왔지만 정작 기업가치 평가는 철강산업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던 기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초 태풍 힌남노에 따른 침수피해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49년 만에 모든 고로 가동이 중단된 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지속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포항제철소 복구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소식이 시장에 번지면서 9월30일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21만1천 원까지 빠지면서 장중 한 때 52주 신저가 기록을 새로썼다. 

하지만 19일 포스코홀딩스가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날 오히려 주가가 2%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1조2천억 원, 영업이익 9천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1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1.12% 줄어든 것이다.

포항제철소 침수로 4400억 원 규모의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뒷걸음질쳤다. 철강사업과 관련한 악재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는데도 주가는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여준 셈이다.

같은 날 미국 포드와 포스코케미칼이 수조 원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만났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사업과 관련해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10월 들어 주가가 20%가량 올라 힌남노 피해 이전의 주가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안희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는 장기적 관점에서 높은 이익률이 기대되는 배터리 소재사업이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