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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오른쪽) |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이 각종 악재로 어수선한 내부를 추스르는 데 전념하고 있다.
강 사장은 최근 롯데홈쇼핑 모든 직원이 참여해 회사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이를 반성하는 '고해성사'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스타 쇼호스트 정윤정씨를 직접 영입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 전 직원 참여한 반성의 자리 마련
롯데홈쇼핑은 지난 1일 ‘롯데홈쇼핑 리스타트 2014’ 행사를 가졌다. '참회행사'의 분위기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롯데홈쇼핑 전 직원 6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시간 동안 진행됐다.
롯데홈쇼핑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까닭은 최근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를 위해 외부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 행사를 기획했다.
행사의 첫 번째 순서는 전문 배우들의 연기로 갑을문화를 재구성한 ‘플레이백 씨어터’였다. 무대 위 배우들은 뇌물수수나 폭언 등 갑의 횡포를 그대로 재구성했다.
두 번째 순서로 롯데홈쇼핑 직원들이 직접 회사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직원들은 조를 이뤄 앞으로 회사 문화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했다.
강현구 사장은 행사 도중 무대에 올라 “개혁 선포식 한 번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행사를 마련한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롯데홈쇼핑은 조직문화가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바뀌어야 비리행위 및 갑을관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윤리경영을 모든 임직원이 반드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팀이 3개월 동안 활동한 결과도 이 자리에서 공개됐다.
발표된 대책은 직원 사이의 소통강화와 비리예방이 핵심을 이뤘다. 롯데홈쇼핑은 ‘팀 레드’를 신설해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 전반에 대한 비판을 전담하도록 했다.
임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의 목소리를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리스너’ 제도도 새로 만들었다. 또 비리가 한 번이라도 발견되면 바로 퇴출하도록 하는 ‘원스크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했다.
강 사장은 처음에 이 행사를 여는 데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컨설팅회사가 각종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직원 모두에게 보여주자고 제안했을 때 화까지 냈다고 한다.
그러나 강 사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회사 다니는 것이 부끄럽다”, “기회가 생기면 이직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억울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해서 눈물이 맺혔다”며 “회사를 바꾸기 위해 나부터 변하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롯데홈쇼핑 비리가 알려진 직후부터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재발방지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MD(상품기획자)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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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홈쇼핑 직원 650여 명은 지난 1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 모여 ‘롯데홈쇼핑 리스타트 2014’ 행사에 참여했다. |
◆ 활력 불어넣기 위해 스타 쇼호스트 직접 영입
강 사장은 지난 4월 이후 휴식기를 갖고 있던 스타 쇼호스트 정윤정씨도 직접 영입했다. 그는 경쟁사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롯데홈쇼핑의 패션부문을 강화하고 내부 직원들에게도 활력을 주기 위해 물밑작업을 추진했다.
강 사장은 이 과정에서 정씨에게 패션 및 미용 상품 전반에 걸친 권한을 위임했다. 또 임원급 대우를 약속했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라는 직책도 부여했다.
강 사장은 특히 정 씨가 롯데홈쇼핑에서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기 전 진행한 팬미팅 행사에 직접 모습을 비추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강 사장이 공을 들인 ‘정윤정 카드’는 통했다. 지난달 27일 롯데홈쇼핑에서 진행된 정씨의 첫 방송은 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날 정씨는 130분 동안 이니셜 목걸이 6천 개, 가방 700개, 선글라스 900개 등 준비한 제품을 모두 팔았다.
그러나 강 사장의 행보에 대해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제대로 된 사과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보다 내부 분위기 수습과 공격적 경영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조직적인 비리사건으로 신헌 전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이 구속기소되고 상품기획자(MD) 3명이 불구속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직접 “납품비리를 홈쇼핑채널 재심사에 반영해 승인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최악의 경우 채널이 퇴출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강 사장은 1960년생으로 1986년 대홍기획에 입사해 롯데닷컴을 거쳤다. 2012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신헌 전 사장을 대신해 롯데홈쇼핑 사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