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0월12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22 국민미래포럼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비즈니스포스트]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함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는 등 안보위협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인 이달 16일부터 미국 중간선거인 다음달 8일 사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란 구체적 전망도 나온다.
이에 여권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등 핵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든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이 유지해온 비핵화 결정을 뒤집는 것인 데다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 재배치가 동북아 정세와 국제사회에 미칠 파급력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페이스북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핵개발한 순간부터 이미 비핵화 공동선언은 폐기된 것"이라며 "더 이상 그 선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김기현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핵은 재래식 무기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 결국 우리 스스로도 핵 능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며 "나토 방식으로 핵의 공유를 할 것이냐, 아니면 미국이 갖고 있는 전술핵의 대한민국 재배치를 요구할 것이냐,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할 것이냐 등 여러 가지 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핵무장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가지고 가야 된다"며 그래야 우리를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차기 대권 후보들도 핵전략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 "대북 핵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유승민 전 의원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핵 공유, 전술핵 재배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정진석 위원장은 당대표급이며
김기현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낸 중진의원이다.
홍준표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다. 당 지도부급 인사들이 핵무장에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여권 내부에서 관련 논의가 확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 등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
윤석열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에 방점을 찍고서 여러 옵션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12일 보도하기도 했다.
핵전략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말을 아끼고 있다.
윤 대통령은 11일 출근길 문답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과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이렇다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문제는 아니다"며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 시각을 견지하고는 있으나 이전의 태도와 결이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출근길 발언의 뉘앙스가 이전과 달라졌기 대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직후인 5월 미국 CNN과 인터뷰에선 "한반도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안보 라인도 전술핵 재배치에 거리를 뒀다.
박진 외교부 장관 5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과 미국은 전술핵 배치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7월 대정부질문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과 미국 사이 핵공유 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그 두 가지 옵션을 우리가 채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핵확산금지조약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데다 한미 원자력협정,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비핵화 규범을 공약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번복하려면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더욱이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가 이뤄진다면 일본, 대만 등 주변국들의 연쇄 핵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기존 확장억제 전략이 북핵 억지에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고 일본과 대만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배치를 요구하는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 등의 강한 반발도 확실시 된다.
미국의 동의를 얻어 전술핵 재배치를 결단한다 해도 국민 공감대 형성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도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를 놓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브리핑에서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우리는 여전히 이것을 위한 외교적 길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당국자들이 그러한(전술핵 재배치) 요청을 했느냐'는 질문엔 "동맹측 입장과 바람을 한국이 얘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구체적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도 존재한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었는지 질문에 "(미국) 국방부와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권고하며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의 방어와 억제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여전히 철통같다는 것과 확실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