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09-22 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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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국정운영 장악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핵심현안을 모르고 있거나 신문에서 봤다고 말해 '신문총리'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었다.
한 총리는 역대 여느 총리처럼 책임총리를 자처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대통령실에 권한이 집중되는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 국정운영 시스템에 국정 핵심 사안을 제대로 챙기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헬기 파손 사고 관련 질의에 제가 ‘신문에서 본 바 있다’고 답변했다”며 “실제는 제가 대정부질문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지만 언론에서 본 것으로 잘못 생각해 답변드린 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20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 헬기가 나무에 부딪혀 손상된 것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해당 사실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대중에 처음 알려진 내용으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 총리는 19일 대정부질문에서는 최근 논란이 일었던 영빈관 신축 계획과 관련해 878억 원의 예산이 편성된 것을 알고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도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영빈관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킨 8월 말 국무회의는 한 총리가 직접 주재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21일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저도 국무위원을 해봤고 예산 다루는 것도 해봤지만 저런 덩치가 큰 예산, 저런 중요한 예산은 무슨 일반 아파트 짓듯 하는 게 아니다”며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총리가 국회에 나와 답변하는데 그걸 신문 보고 알았다 하면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한 총리는 이 밖에도 대정부질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을 위해 출국한 윤 대통령의 영국 런던 도착시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오후 3시에 도착했지만 오후 1시쯤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미국 뉴욕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윤 대통령과 함께 영국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으며 주영 한국대사가 공석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한일 현안은 윤 대통령 순방 일정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꼽혔기에 박 장관의 사전 일정을 몰랐다는 데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이날은 대통령실이 2년10개월 만에 성사됐다고 밝힌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일본 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혼선이 빚어지던 시점이다.
이에 한 총리가 영빈관 신축과 대통령 헬기 사고와 같은 주요 사안도 보고받지 못하면서 다른 현안들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는 하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한 총리는 대통령과 매주 주례회동을 한다. 그럼에도 민감한 사안을 알지 못해 한 총리의 국정운영 장악력을 놓고 ‘식물총리’, ‘총리패싱’ 논란이 꺼지지 않는다.
특히 대통령 부재 시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정부 2인자’로서 총리의 존재감이 윤 대통령 순방 중 이뤄진 이번 대정부질문을 거치면서 더 옅어졌다는 의견이 늘어났다.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 발탁될 때만 해도 향후 역할론과 관련해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는 4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정통 관료 출신으로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두루 거쳤다. 풍부한 경륜을 지녔기에 좌우 진영을 떠나 국정운영에 높은 이해도를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 정부 역사상 국무총리를 두 번 역임한 5번째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로서 마무리 역할을 맡았고 윤석열 정부 첫 총리로서 문을 여는 역할을 맡았다.
한 총리는 4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의 역할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실의 힘을 내각에 분권화하고 위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하며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부터 ‘책임총리제’를 내세우고 국가 주요 정책 목표를 내각 중심으로 끌고나가겠다는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며 한 총리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한 총리는 취임 후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 임명 과정에서조차 자신이 추천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반대 의견에 막혀 사퇴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총리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여당에서도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총리가 영빈관 예산을 몰랐던 것을 두고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윤한홍 의원은 "총리의 몰랐다는 답변은 틀린 자세"라고 꼬집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