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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 갈등에 던지는 질문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6-15 17: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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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유행어가 된 말이다. 이 대사가 영화 속에서 쓰인 문맥과 다르게 이곳저곳에서 요즘 자주 들린다.

본질, 핵심, 요점 같은 것을 묻는 말 쯤 될 듯하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갈등이 커지다보면 본질을 놓칠 때가 많다.
 
  '뭣이 중헌디?'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 갈등에 던지는 질문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싸움만 해도 주변인을 들먹이거나 치부를 건드려 극단적인 경우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싸움의 양상이 전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본질에서 한참 멀어져 한마디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의 갈등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양측의 갈등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조종사노조와 노사갈등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대한한공의 경우는 임금협상으로 촉발된 갈등이 장기화하고 깊어지면서 사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종사노조는 최근 세무당국에 대한항공을 세무조사를 요구하기 위한 청원서를 받기 시작했다. 조종사노조가 이처럼 ‘금도’를 넘어선 선택을 한 데는 조양호 회장과 경영진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의 경영부실 책임이 오너와 경영진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이 당기순손실을 내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한진칼 자회사인 진에어에 대한 지원을 지목했다.

한진칼은 조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진에어를 성장시켜 한진칼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오너 일가가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논리다.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는 쟁의행위를 시작한지 이미 100일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양측은 제대로 된 협상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회사 측의 징계와 노조 측의 고소 건이 반복됐다.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일차적으로 회사 측의 잘못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제1의 국적항공사다.

이유야 어찌됐든 조종사노조와 갈등은 탑승객의 안전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승객의 안전은 100% 조종사에 달려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노조원을 징계하는 등 강경 대응만으로도 모자라 조양호 회장이 직접 SNS에 조종사를 비방하기까지 했다. 노사관계가 첨예한 입장대립을 보이는 상황에서 갈등을 풀 해법을 내놓기보다 오히려 부추긴 셈이다.

더욱이 조양호 회장 일가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회사 내부에서 반감을 사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조종사노조가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까지 벌이고 있는 것은 오너 일가와 경영진에 불만과 불신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조종사노조가 이런 초강수를 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항공업은 필수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파업 등 회사 측을 압박할 투쟁수단이 사실상 없다. 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의 요구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데는  이런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뭣이 중헌디?'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 갈등에 던지는 질문  
▲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등 공공운수노조 항공연대협의회 회원들이 3월8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항공사업장 노조 임단투 승리 및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항공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필수공익사업장 해지 및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고 해도 조종사노조의 대응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재계는 사정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한진그룹보다 재계 서열이 5계단 높은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가 검찰수사의 태풍권에 들었다. 정상적인 경영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다.

조선해운업종을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수많은 인력이 임금이 깎이거나 일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여 있다.

조종사노조는 세무조사 청원에 따른 피해와 타격을 일시적으로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회사발전에 필요한 조처라고 보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노조원에 그치지 않고 대국민 청원을 받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로선 국민들이 조종사노조에 얼마나 공감해줄지 의문이다. 조종사는 특수전문직이다. 국민들 사이에 억대 연봉을 받고 해외 항공사로 쉽게 이직이 가능한 직종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조종사노조가 회사의 정상적 경영까지 방해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 

지금이야말로 사태의 본질로 돌아가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고 정말로 서로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돌아봐야 할 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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