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09-16 16: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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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시장의 효율성과 역동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시장의 기본 규범인 공정 경쟁을 수호하는 공정위의 역할은 변함없이 이어져야겠지만 경제 현실과 정책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와 역동성 그리고 활력 속에서 성장과 분배가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시장 자율 및 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규제기관으로서 공정위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경쟁 제한적 시장구조를 고착화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규제는 심도 있는 분석과 이해관계자 설득을 통해 합리적 개선을 끌어내겠다”며 4가지 과제에 중점을 두고 앞으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엄정한 법 집행과 경쟁 주창을 통한 시장의 혁신 경쟁 촉진 △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권익 향상 △법 집행 방식 혁신을 통한 시장 신뢰 회복 등이 포함됐다.
대기업집단 제도와 관련해서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부당 내부거래를 엄중히 제재하되 “그동안의 경제·사회 변화를 반영해 효율성은 높이고 불필요한 부담은 덜어주는 제도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규제기관으로서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을 막기 위한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 위원장은 “공정한 시장경제 정책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시장과 정부 사이 두터운 신뢰가 전제돼야한다”며 “이러한 신뢰는 설득력 있는 제도 설계와 합리적 집행을 통해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 집행 방식을 혁신해 조사·사건처리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신속하고 실효적 피해구제를 도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앞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정위 조사의 범위와 내용과 관련한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며 “조사·심의 대상 기업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주장, 권리의식이 강화된 만큼 그 부분을 좀 더 보완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약자를 보호해야 할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혐의 등을 받는 기업의 절차적 권리 강화를 강조하는 게 적절하냐는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디지털 경제 속 독과점 사업자의 경쟁 방해, 소비재·중간재 분야 담합은 엄정히 제재하겠다면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 필수적 시장의 기본 규범은 일관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제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의 갈등을 공정과 혁신을 균형감 있게 고려해 풀어가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는 전문성과 청렴성, 윤리의식을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한 위원장은 “혁신 경쟁을 촉진하는 경쟁주창자이자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의 규칙을 지키는 엄정한 법 집행자 등 공정위에 부여된 역할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며 “선난후획(어려운 일에는 앞장서고 과실은 뒤로 제쳐놓는다)의 마음으로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시장주의 경제원칙을 따르는 법학자이면서 금융 분야 정부 기관·위원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1964년 태어나 서울 양정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과 보험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경제·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과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한 위원장이 경력을 쌓은 분야가 ‘보험법’과 ‘금융법’에 치중해 있어 공정경제 등을 다루는 경쟁법과 공정위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8월19일 서울 중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제가 오랫동안 기업활동과 시장, 소비자 보호 등에 관해 연구한 법학자이고 연구 용역이나 정부위원회에 참여했기에 시장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족한 부분에 관해선 현업의 직원들과 깊이 상의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 위원장의 경력이 오히려 공정위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첫 법학자 출신 공정위원장으로서 공정위를 이끌며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공정위는 규제기관이고 적법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할 수 있게 일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룬 사람들이 가서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말했던 바 있다.
공정위가 지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와 ‘재벌 개혁’을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를 지나며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들이 강화됐다. 공정위는 금감원과 함께 각각 ‘경제 검찰’, ‘금융 검찰’로 불리는 권력기관으로서 이 기간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