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재생에너지 확대 '발등의 불', 이재용 컨트롤타워 필요성 커져

▲ 30일 전자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사면복권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ESG경영에도 다양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과 유럽, 북미 등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홍수, 가뭄, 한파 등의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앞으로 글로벌 주요 기업을 향한 친환경 경영 강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추진 속도가 다른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는 친환경 경영 강화가 사업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에 못지 않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전자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근 사면복권을 받으면서 경영에 운신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ESG경영 강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우선 이 부회장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력 조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접촉면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탄탄하지 않아 전기사용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RE100'과 같은 국제사회의 친환경 경영 기조에 동참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RE100은 글로벌 비영리단체 '기후그룹'과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추진하는 국제캠페인이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속도가 더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부족 때문이다”며 “국내 전력소비량 상위 30개 기업들의 최근 5개년 전력 연 평균 사용량은  10.3기가와트시(GWh)인데 반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GWh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공사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1년 전력다소비 기업 순위’ 자료를 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용 실태가 좀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8.4TWh(테라와트시, 1024GWh)의 전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확보한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사용전력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GWh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전력사용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2년 평택 3공장(P3) 가동을 시작하고 2023년 말 평택 4공장(P4)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전력사용량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조달방식은 REC(재생에너지증명) 구매, PPA(전력구매계약), 자가발전 등이 있다. 

REC는 일반기업들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발전사들로부터 REC를 구매하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또 PPA는 재생에너지 공급자가 한국전력 등 기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장 선호되는 방식인 REC 구매의 경우 간단한 절차, 탄소배출권 대응 가능의 장점이 있지만 전력가격과 재생에너지 수요에 따라 가격변동성이 높다는 부담이 있다.

또한 PPA(전력구매계약)의 경우 송전망을 한국전력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송전망 사용비용의 불명확성, 전력 부족상황, 전력가격 예측의 어려움으로 계약조건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자가발전의 경우 복잡한 인허가와 지역주민과 갈등 등 개별기업으로선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에 부딪힐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전력 인프라 문제는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단정 짓기 어렵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콘트롤타워 조직을 강화해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RE100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이 탄탄한 미국에 투자를 늘려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국내공장과 달리 중국과 미국 반도체 공장(팹, Fab)에서는 2019년부터의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미국에서 투자를 늘려갈 공산이 크다. 더구나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미국에서 투자하는 기업에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해외 고객회사로부터 RE100과 같은 친환경 경영을 강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BMW나 전자업체 애플 등은 국내 납품업체에 RE100과 관련한 계약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더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리스크 공시의무화 제도도 사실상 RE100을 의무적 요건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복권을 받게 된 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이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친환경 경영 강화 기조와 맞물려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은 29일 삼성전자 뉴스룸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고문에서 “가전제품의 기본이 되는 에너지 효율 기술을 강화해 삼성전자를 ‘에너지 효율 1위 가전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사장은 기고문에서 환경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외부업체와 의미있는 협업을 지속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처럼 삼성전자에서 친환경 행보가 나타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삼성그룹의 주력 회사로서 삼성전자가 ESG경영에 속도를 내야 다른 계열사들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삼성그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RE100로 대표되는 친환경 경영에서 더딘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계열사들이 앞장서서 ESG경영을 추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는 다른 나라보다 3~4배 발전단가가 높아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기업들이 경영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