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비즈니스포스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에 이어 이번엔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까지 '비상상황'에 내몰린 당을 이끌게 됐지만 '또 성동'이냐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 권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요구가 이어지는 데다
이준석 전 대표도 비대위 활동을 막기 위한 추가 가처분 신청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당내 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29일 정치권 안팎에선 연일 사퇴압박을 받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질서있는 퇴진'을 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저는 단 한 번도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다"며 "자리에 연연했다면 대선 기여자로서 인수위원회 참여나 내각 참여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일찍이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해 반드시 원내대표로서 수행해야만 하는 임무가 있다"며 "원내대표로서 제 거취는 새 비대위 구성 후 제가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새 비대위가 꾸려지면 자진사퇴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추석 전에 새로운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고 한 만큼 비대위가 꾸려진 이후 물러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이날 국민의힘 비대위의 활동을 막기 위한 추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권 원내대표의 구상이 다시 법원에 의해 제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 측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 다음날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를 강행하기로 한 것은 "무효인 비대위가 임명한 '무효 직무대행'과 '무효 비대위원'은 당을 운영할 적법한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로 '비상상황'에 처해있지 않다며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법원이
주호영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했던 논리를 유지한다면 추가로 제기된 가처분 신청에서도 이 전 대표의 주장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까지 당내에서 소수에 그쳤던 사퇴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가처분 결정이 나온 이후 권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주장은 법원의 판결 취지에 맞지 않으며 법적 다툼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며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에 들어서게 된 것은 권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주고받은 '체리따봉'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촉발됐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만큼 권 원내대표에게 '원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는 '금주령'이 내려진 연찬회 날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이는 등 리더십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20%대로 추락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회복했다고 하지만 집권 초 만족할 수 있는 지지율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윤핵관(
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향한 책임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윤핵관의 대표격이라 할 수있는 권 원내대표가 당의 얼굴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지점이다.
유의동, 윤상현, 최재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의 위기는 당 지도부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크다"며 "
권성동 원내대표는 스스로 사퇴해서 당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나"라며 일갈했던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는 이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라며 "이제는 물러나는 것이 것이 국민들과 당원들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를 향해 여전한 믿음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국민의힘이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당의 의원과 당원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이면 그 결론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권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원내사령탑을 교체하면 당내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당 수습은 누가 하나"며 "새로운 비대위 출범시키기로 했는데 새 비대위를 출범시킬 사람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어서 다수 의원들이 결의를 했다"며 "입장문도 나왔고 그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