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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현대차는 왜 변리사 채용을 늘릴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7-06 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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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현대차는 왜 변리사 채용을 늘릴까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팀 쿡 애플 CEO

대기업들이 특허전문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 핵심에 변리사가 있다. 지적재산권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3년에 걸친 특허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특허권을 위해 기업이 들이는 시간과 돈은 천문학적이다. 1차소송 당시 애플이 쓴 소송비용만 6천만 달러를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허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특허권만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회사도 생겼다.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ies)다. NPE는 세계 각국에서 대량의 특허를 사들인 뒤 특허침해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벌여 손해배상금이나 로열티를 챙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NPE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된지 오래됐다. NPE는 지난해 일주일에 평균 5건의 특허소송을 국내기업에 제기했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특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한국기업 디지털캐스트는 1997년 MP3플레이어를 최초로 개발했는데도 이 특허권이 특허괴물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 때문에 3조 원이 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 한국기업들도 특허관리에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변리사들을 적극 찾도록 한다.

LG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미국 특허괴물과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대법원에서 승소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기업들이 변리사 등 특허전문 인력을 꾸준히 고용하며 특허분쟁에 대응해 온 결과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특허소송 승리에서 그치지 않고 특허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왜 변리사 채용을 늘릴까  
 
◆ 늘어나는 특허소송, 지난해 288건

삼성전자는 매달 3건 이상의 특허소송을 제기당한다.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지난해 삼성전자에 제기한 특허소송은 39건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200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동안 피소당한 횟수는 133건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도 NPE들의 공격대상에서 피해가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지난해 말 현지에서 제기된 특허 관련 소송에서 졌다. 현대자동차는 1150만 달러나 되는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특허괴물이라는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지난해 국내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은 모두 288건이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가 지난 4월 펴낸 ‘2013년 NPEs 동향 연차보고서’를 보면 NPE들이 지난해 국내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288건이다. 2009년 54건보다 무려 5배 이상 늘었고 2012년 159건보다도 81% 증가했다. 5년 동안 연평균 52%씩 소송이 늘어난 셈이다.

NPE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질 경우 손해배상액으로 내는 금액은 막대하다. 이들이 제기하는 소송의 평균 배상액은 1500만 달러를 넘는다.

특히 특허소송에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은 NPE의 공격에 가장 치명적이다. 지난해 NPE의 공격대상이 된 국내 기업 23곳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이 11개나 됐다. 매출액 10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도 소송대상이 되고 있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 특허시장

우리나라 기업도 반격을 시작했다.

지난 5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LG전자와 NPE의 특허계약 갱신 관련 소송에서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기업이 미 연방대법원에서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승리는 LG전자가 2000년대 이후 특허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특허 전문인력을 충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LG전자는 1977년부터 특허전담조직을 운영해 오다 2001년 특허센터로 확대했다. 특허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LG전자는 최고의 특허교육을 위해 사내전문가는 물론 변리사, 특허전문 변호사 그리고 미국 특허변호사까지 다양한 경력의 강사진을 구축했다. 이후로도 거의 매년 변리사와 미국 특허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특허전문 인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특허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특허출원 등 특정기술을 그 기업의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삼성과 현대차는 왜 변리사 채용을 늘릴까  
▲ LG전자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세계 특허전쟁에 맞설 특허인재 육성에 나섰다.

이제 특허는 기업의 수익 등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정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은 해당시장에서 확실하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돈이 되는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은 경쟁기업에 비해 싼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또 비싼 로열티를 통해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미국의 퀄컴사는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무선통신 기업으로부터 단말기 매출의 5.25~5.75%, 시스템 매출의 6~6.5%를 로열티로 받아갔다. 휴대전화 업체들이 퀄컴사 제품을 휴대전화의 두뇌 역할을 하는 통신칩으로 썼기 때문이다.

퀄컴사는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서 약 5조 원 이상의 로열티를 챙겼다. 이 회사는 CDMA 칩을 독점판매했을 뿐 아니라 특허료로만 연간 8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처럼 특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공격적 특허출원과 기술선점으로 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변리사를 채용한다.

변리사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에 소속된 변리사들은 주로 기업의 연구인력이 만들어 놓은 기술을 특허출원하는 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특허출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제품과 기술을 기획할 때부터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 기업의 특허출원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휴대전화 부문 특허출원 수는 세계 1위다. 지난달 23일 세계적 금융정보전문매체 톰슨 로이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특허 수는 2179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반도체 재료 및 공정 특허와 스마트 미디어 특허 역시 각각 1362건, 245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휴대전화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1678건의 특허를 출원해 2위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미국의 퀄컴사, 일본의 소니가 뒤를 따르고 있다.

◆ 변리사 채용에 앞장서는 대기업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변리사를 많이 채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변리사를 채용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특허소송 대비 차원에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변리사 양성과정을 운영했지만 합격률이 높지 않자 직접 변리사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다른 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왜 변리사 채용을 늘릴까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특허관련 전문인력을 중장기적으로 확충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자동차 분야에 정보통신기술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스마트카 등이 자동차 기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특허인력 충원 계획은 사전에 이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특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주요 완성차업체 가운데 매출액 대비 가장 많은 특허소송에 시달리는 굴욕을 겪었다.

지식재산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현대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세계에서 45건의 특허소송을 당했다. 특히 다른 업체는 좀처럼 당하지 않는 일반 제조기술 특허분쟁이 많아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차 그룹이 올해 1월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 건수는 2527건으로 세계 1위인 도요타의 8394건에 크게 못 미친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특허분쟁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했다. 2012년 처음으로 본사 법무실 전문인력으로 특허분쟁, 특허발굴, 특허매매 등을 담당할 변리사 채용에 나섰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특허관련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몇 년 안에 150명 이상의 특허전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70여 명 수준에 불과한 특허실 인력과 관련해 “최대 3배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관련 기술특허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며 “특허실 규모는 당초 알려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도 최근 ‘지식재산(IP) 경영’을 시작했다. 10여 년 동안 특허분쟁이 한 건도 없었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로스쿨 졸업자와 변리사를 채용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강화하면서 특허출원과 특허거래 서비스 등 특허 관련 시장이 연간 1조 원 규모로 급속히 커졌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면서 특허 관련 고급인력들은 1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고 있다.

국내 특허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국내 주요 로펌들도 최근 5년 동안 변리사 인력을 34% 이상 늘렸다.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변리사 인력이 많은 곳은 김앤장이다. 김앤장에 소속된 변리사는 총 181명으로 전체 변호사 540명의 3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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