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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호스트 말을 반만 믿어야 하는 까닭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7-04 20: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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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호스트 말을 반만 믿어야 하는 까닭  
▲ 정윤정 GS홈쇼핑 쇼호스트가 판매한 화장품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돼 GS홈쇼핑이 사과했다.

쇼호스트들은 한정된 방송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팔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장되거나 오해 소지가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 쇼호스트들의 대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그렇다.

때로 쇼호스트들은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업체가 제품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거나 본인도 잘 모르는 전문분야 대해 설명하다 그런 일이 생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홈쇼핑의 허위과장 방송을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불량상품을 파는 홈쇼핑채널

GS홈쇼핑은 지난 2012년 수입화장품 '마리오 바데스쿠 힐링크림'을 단독판매했다. GS홈쇼핑의 간판 정윤정 쇼호스트는 제품을 판매하며 “나를 믿고 쓰면 된다. 밤마다 듬뿍듬뿍 바르고 자면 아침에 대박”이라며 “나도 매일 쓰고 아들에게도 발라준다”고 설명했다.

‘1분에 1억 파는 여자’ 정윤정 쇼호스트의 방송에 힘입어 이 제품은 1년 동안 3만 개가 넘게 팔려나갔다.

그런데 1년 후부터 부작용 사례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SBS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인하는 외부전문기관에 성분분석을 맡긴 결과 제품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어 혈관확장과 염증, 피부파괴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S홈쇼핑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제품사용을 중지해 달라는 말과 함께 보상을 약속했다. 정윤정 쇼호스트도 팬카페에 글을 올려 사과했다. 그는 “질문이 있을 때마다 업체에 여러 번 확인했고 전성분 표시에도 없어서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윤정 쇼호스트는 방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정윤정씨의 해명에 대해 제품 구매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도 매일 썼다면 부작용을 알았을 것”이라며 “한두 번 사용해보고 말지 않았겠냐”고 글을 올리며 장씨의 해명에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 반복되는 허위과장 광고

롯데홈쇼핑의 한 쇼호스트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노트북을 판매하며 “인텔의 가장 최신기반은 제3세대 아이비브릿지거든요. CPU를 보시려면 3세대 아이비브릿지인 것을 확인하세요. 오늘 최고사양을 가져가세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가던 시점에 ‘3세대 아이비브릿지’는 최신사양이 아니었다. 이미 3개월 전에 제4세대 제품이 출시된 상황이었다.

전국 소비자들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있게 설명했다면 쇼호스트가 실제로 저렇게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문정 CJ오쇼핑 쇼호스트는 “업체 말만 믿어서 안 된다. 업체는 늘 좋다고만 한다”며 “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꼭 가서 사양은 어떤지 시장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쇼호스트 말을 반만 믿어야 하는 까닭  
▲ 장문정 CJ오쇼핑 쇼호스트가 차량용 블랙박스를 판매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LG전자 ‘옵티머스 뷰2’를 홈쇼핑 회사를 통해 판매하면서 LTE-A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T의 설명에 따라 CJ오쇼핑 등 홈쇼핑회사 쇼호스트들은 “LTE-A급 서비스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제품은 LTE-A 서비스가 불가능한 제품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에 들어가자 홈쇼핑회사 관계자는 "통신업자가 LTE-A라고 공문을 내려 보내면 이는 기술적 문제라 어떠한 홈쇼핑채널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결국 이 사건은 KT의 귀책사유로 인정돼 홈쇼핑회사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를 받았다.

◆ 오늘 마지막 수량, 매진 진짜일까?

박준희 CJ오쇼핑 쇼호스트는 “아직도 고객들이 오해하고 계시는 것이 ‘매진, 임박, 최초, 마지막’ 같은 표현들을 홈쇼핑에서 너무 많이 써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다 보고 있어 증명할 수 있지 않으면 못 쓴다. 안 그러면 저희 잡혀간다. 그리고 방송정지를 당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허위과장광고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업체는 CJ오쇼핑이었다. 지금까지 쇼호스트들이 허위표현을 써서 잡혀가거나 방송정지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정윤정 GS홈쇼핑 쇼호스트가 스테로이드 크림 사건의 책임을 지고 2주 동안 방송을 쉬었던 것이 ‘셀프’ 방송정지인 셈이었다. 그는 2주간 쉰 후 사과방송도 없이 다시 예전처럼 방송을 재개했다.

NS홈쇼핑은 지난 3월 양배추 브로콜리액 판매방송중 쇼호스트가 “1박스 추가증정 혜택은 생방송 끝나면 사라집니다”라고 말했지만 방송종료 후 자사 인터넷쇼핑몰에서 똑같은 구성과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지난해 홈쇼핑에 대한 심의제재 건수는 총 60건이다. 법정제재인 경고가 2건, 주의가 22건이었고, 행정지도인 권고는 36건이었다.

단순한 권고조치인 행정제재는 불이익이나 법적처벌을 받지 않는다. 반면 경고와 주의는 벌점을 주는 조치로, 벌점이 누적되면 홈쇼핑채널이 5년마다 받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재승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벌점누적으로 재승인 과정에서 탈락한 홈쇼핑은 한 곳도 없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홈쇼핑 과장광고에 대한 처벌이 약해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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