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가 8월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바이오사이언스 > |
[비즈니스포스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가 미국 바이든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서 추진한 인플레이션 완화법 통과를 위해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이며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친환경 에너지기업에 공동으로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한 SK그룹이 미국 정부와 여당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16일 서명한 인플레이션 완화 법안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에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정치 로비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 활동을 벌였던 주요 인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특히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을 대상으로 꾸준한 로비 활동을 벌였던 빌 게이츠에 주목했다.
인플레이션 완화 법안은 미국 정부에서 모두 500조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 분야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빌 게이츠는 오래 전부터 여러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인 만큼 인플레이션 완화법 통과를 위해 로비를 벌인 일은 당연한 행보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빌 게이츠가 친환경 에너지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는 단순한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을 키우기 위한 의도를 깔고 있었다는 관측도 힘을 얻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꾸준히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분야에 예산 활용을 늘리도록 힘써 달라는 로비 활동을 지속해 왔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주지사를 거쳐 2010년부터 상원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조 맨친 의원이 임기 초부터 친환경 관련 법안 입법을 시도해 온 만큼 가장 중요한 로비 대상에 포함됐다.
빌 게이츠의 이런 노력은 결국 인플레이션 완화법이 상원과 하원, 대통령 서명을 거쳐 입법 단계에 들어서는 데 중요하게 기여했다.
맨친 의원이 민주당에서 추진한 해당 법안에 오래도록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법제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법안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고 미국 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해 왔다.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이 해당 법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내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완화법은 상원 표결 절차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맨친 의원이 결국 해당 법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입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던 배경에 빌 게이츠의 적극적 로비 활동이 중요한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던 셈이다.
빌 게이츠는 인플레이션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하자마자 자신이 설립한 원자력 기반 친환경 에너지기업 테라파워에 7억5천만 달러(약 9818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주도했다.
한국의 SK그룹이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3분의1에 해당하는 2억5천만 달러(약 3273억 원)를 투자하며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테라파워는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에 최대 수혜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법안 내용에 따라 앞으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규모의 정부 예산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가 결국 테라파워를 키워내겠다는 목적을 두고 법안 통과를 위해 맨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상원의원들에 장기간 로비활동을 벌여 온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SK그룹도 테라파워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큰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빌 게이츠는 앞으로 정부 예산이 테라파워의 친환경 에너지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도 이에 힘입어 미국 친환경 에너지시장에 진출을 확대하면서 SK이노베이션 등 이와 관련된 사업을 벌이는 계열사와 협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빌 게이츠는 16일 한국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최창원 SK디스커버리 회장 등 SK그룹 주요 경영진과 만나 앞으로 사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 측은 테라파워에 전략적 투자를 발표한 뒤 에너지 및 바이오사업과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빌 게이츠는 꾸준한 로비 활동을 통해 자신이 노리고 있던 성과를 만족스럽게 이뤄냈다”며 “미국의 친환경 산업 발전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