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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벼랑 끝' 산업은행 어떻게 구해낼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6-06-09 06: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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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벼랑 끝' 산업은행 어떻게 구해낼까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KDB산업은행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화살이 쏟아지면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인원감축과 연봉삭감 등 구조조정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 책임론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산업은행의 위상을 지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산업은행, 뼈를 깎는 고통분담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은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조성하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산업은행의 자본건전성 악화를 해소하는 대가로 향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더욱 무거운 책임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관계장관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이 많지만 산업은행은 한국 최고의 구조조정 집단이 맞다”며 “자본건전성 문제가 걸림돌이 돼 본래 기획했던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면 금융시장에 큰 불안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조선·해운업종에서 8조3800억 원 규모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떠안고 있다. 원리금 상환 만기를 3개월 이상 넘긴 부실대출채권 규모도 7조3269억 원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대 4조원을 추가 지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으로서는 산업은행의 자본건전성 악화 문제에 대해 한시름을 돌렸지만 기업 구조조정에서 더욱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더욱 무겁게 안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그동안 STX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판단을 잘못해 경영실패를 불러왔다”며 “혈세를 투입하고 한국은행의 발권력도 동원해 구조조정 재원을 지원한 만큼 이번에도 실패를 거듭하면 산업은행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에 대해 지난해 말 중소형 조선사로 전환하면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5개월 만에 부도를 피할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STX조선해양은 결국 5월27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확충 지원의 전제로 산업은행의 자구안 실행을 지시했는데 산업은행이 이런 실패의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는 요구나 마찬가지다. 산업은행 자구안에는 임직원의 임금삭감, 중장기적 인력감축, 조직축소 등이 담겨있다.

  이동걸, '벼랑 끝' 산업은행 어떻게 구해낼까  
▲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이 회장은 임 위원장으로부터 자구노력의 한 방법으로 요구받았던 성과연봉제 도입을 최근 결정했다. 여기에 강도높은 자구안까지 겹쳐지면서 이 회장이 산업은행 내부의 반발을 설득해야 할 부담도 더욱 커졌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나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을 산업은행이 전적으로 짊어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정서가 매우 강하다. 홍기택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의 둘러리'라고 발언한 데 대해 동조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산업은행 노조가 8일 성명서를 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총대를 메고 구조조정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며 “책임자 처벌을 위한 진상조사와 사회적 합의를 생략하고 수조 원의 국민 세금을 멋대로 털어쓰려 한다”고 비판한 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

◆ 이동걸의 산업은행 살리기 노력

이 회장은 2월 취임 이후 구조조정 실패 책임론에서 산업은행을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온힘을 쏟아왔다.

이 회장은 5월31일 한 인터뷰에서 “전임자 시절에 일어난 부실 처리가 힘들다고 해도 산업은행의 현직 회장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섰다.

이 회장은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결정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당장 큰 손실을 입더라도 ‘퍼주기’식 지원을 계속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셈이다.

이 회장은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등을 직접 만나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을 놓고는 삼성그룹 차원의 결단을 요청하는 등 강단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이 최근 “대우조선해양 지원은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서 결정한 것으로 시장원리가 애초부터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밝히면서 이 회장의 이런 노력은 빛을 잃고 산업은행 책임론은 더욱 불거지고 말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 전 회장과 이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취임했으며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 회장이 홍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주목된댜"고 말했다.

◆ 산업은행 옥죄어 오는 대우조선해양 검찰수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가능성과 전직 경영진들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동걸, '벼랑 끝' 산업은행 어떻게 구해낼까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검찰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경영에 관여했으며 대규모 공적자금의 투입도 주도했다”며 “대우조선해양이 부실화된 이유와 책임 소재를 가릴 때 산업은행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내사과정에서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재임 시절 산업은행의 일부 임직원들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첩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사실로 나타날 경우 산업은행의 도덕성은 근본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검찰수사는 대규모 인적 물갈이를 요구받는 상황으로 산업은행을 내몰 수 있다. 이 회장으로서는 산업은행에서 새판을 짜야 할 수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5월27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구조조정에 시간을 끌고 부실을 키운 것은 사람의 문제로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며 “산업은행이 국민의 돈을 함부로 날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도록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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