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애초 휴가기간 동안 윤 대통령이 특별한 정국구상이나 쇄신 고민보다는 일정 없이 푹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여름휴가 마지막 날을 보내고 돌아와 국정운영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하지만 취임 100일도 안 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까지 내몰리면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이 휴가 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해 이전과 사뭇 달라진 기조를 보였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인적쇄신 등 대대적 변화에 선을 그어 왔다. 윤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이 국정운영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휴가를 끝나면 뭘 할거다, 쇄신을 한다는 얘기들은 근거가 없는 것들”이라고 일축했다.
지지율 하락을 남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4일 YTN라디오에서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지만 야당이 이런 부분을 악의적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현정 민주당 비대위원이 5일 “대통령실의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최소한의 문제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대통령실에 더 이상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고 말하는 등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휴가 마지막날 메시지를 내면서 대통령실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파악이 된다. 윤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국정 운영 기조를 다르게 가져갈 가능성이 떠오른다.
당장 휴가 이후 출근길 문답의 형식과 횟수부터 바꿀지가 관심사다. 출근길 문답은 지난 7월2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된 뒤 27일부터 중단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 등으로 여러 차례 설화에 휩싸여 당 안팎에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많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4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도어스테핑은 소통의 실패라고 봐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실패하면서 국민들은 (소통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YTN 뉴스라이브 인터뷰에서 “메시지를 좀 더 정제되게 만들어내는 일들은 스태프들이 해야 되는데 그 기능을 강화해야 된다”고 바라봤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7월27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출근길 문답을 매일 하는 것은 피곤하다”며 “시기를 정해서 사안이 있을 때 하는 방향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간 대통령실에서 어느 정도 선을 그어왔던 인적쇄신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선으로 당내 최다선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4일 KBS라디오에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통령과 가까이 있는 분들에 의해 인선이 이뤄졌기 때문에 100% 적재적소의 인물이 선정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일 MBC라디오에서 “비서실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와햐 한다”며 “당대표 대행이 그만뒀는데 비서실장 정도는 책임을 져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학제개편안을 성급하게 추진하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을 계기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느낌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설익은 정책들, 국민들과 교감을 이루지 않은 정책들을 하는 일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당정 협의를 통해 사전에 문제가 되는 것들을 걸러내고 조율할 건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 역시 4일 “대통령실도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하태경 의원은 대통령 본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직설적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 의원은 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한테 있다”며 “어쨌든 대통령제이고 대통령의 생각과 대통령의 방향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여당마저 윤 대통령의 변화 필요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야당은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이 다가오는데 이는 국정운영 기조의 대대적 수정과 전면적 인적쇄신에 나설 절호의 기회”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인적쇄신을 통해 국정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조기에 제시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실도 정치권의 잇단 비판과 연이은 지지율 하락에 결국 몸을 낮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은 대한민국을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반듯한 나라로 만들고자 하니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