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2-07-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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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2분기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전의 핵심 대응책인 회사채 발행도 한도가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당장 급한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 상향보다는 에너지정책 방향을 둘러싼 입씨름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상반기에 14조 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정치권은 회사채 발행 한도를 높이려 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국전력공사 본사의 모습. <한전 누리집>
24일 증권업계의 예상을 종합하면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 14조 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7조8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에 이어 2분기에도 6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본 셈이 된다.
한전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5조8천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는 분기마다 지난해 연간 규모의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역시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원유, 천연가스 등 발전 연료의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발전 원가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력수요 비수기 등 요인을 고려하면 올해는 2분기가 가장 분기 적자 규모가 작을 것”이라며 “유연탄 등 발전연료의 가격은 겨울철 성수기에 재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당장 올해 하반기뿐 아니라 2023년까지 원가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한전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30조 원이 넘을 수 있다.
한전은 현재 심각한 재정난을 회사채 발행으로 대처하고 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 5월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자구계획안을 마련하는 등 재정난 극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분기마다 수조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에는 회사채 발행 외에 사실상 백약이 무효다.
한전이 5월 자산매각을 포함한 자구안을 마련했는데 이날까지 매각을 마친 자산은 의정부변전소 잔여 부지 등 모두 13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또 현재 매각이 추진 중인 한전기술 지분 14.77%의 가치는 주가 흐름에 따라 3500억~4천억 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전이 올해 상반기에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5조5천억 원 정도다.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인 10조4300억 원을 크게 넘어섰다.
문제는 한전의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가 51조3천억 원까지 늘어나면서 발행한도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가 넘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은 45조9천억 원이다.
한전의 재정 상황에 변동이 없다면 91조8천억 원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순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적립금이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 5조9천억 원 순손실을 봤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및 순손실 규모가 현재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연내에 회사채 발행이 막히게 된다.
한전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회사채 발행 한도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전해졌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가 한국전력공사법에 규정돼 있는 만큼 국회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공사채 발행 한도 상향이 한전이 원하는 것처럼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제21대 국회가 후반기 들어 상임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 갈등으로 50여 일 동안 공전되다 지난 22일에야 겨우 여야 합의에 이르렀다.
여야가 어렵사리 원구성에 합의했지만 국정의 숱한 난제가 뒤얽혀 있어 한국전력공사법 처리가 신속하게 처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의힘이 에너지정책에서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한전 적자의 원인도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 적자를 이전 정부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는 만큼 조속한 대응책 마련에 미온적일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6월20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기자들로부터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가 위험하다는 지적을 듣자 "한전이 왜 그렇게 됐냐"며 "한전 스스로 지난 5년(문재인 정부) 동안 왜 이렇게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지난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에 전기요금 인상 독촉장이 밀려오고 그 직접적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있다”며 “한전이 10차례나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한 차례만 승인했고 그 대신 전기요금 인상 독촉장을 다음 정부로 떠넘겼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