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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4남매의 엇갈린 경영행보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7-03 20: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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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 4남매의 엇갈린 경영행보  
▲ 왼쪽부터 김영대 대성합동지주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도시가스의 강자’ 대성은 한 지붕 3가족 체제다. 대성가의 삼형제인 김영대 대성합동지주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은 창업주 김수근 명예회장으로부터 도시가스 회사를 나눠 물려받았다.

도시가스 회사는 앉아서 돈을 번다고 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다. 그러나 3형제는 서로를 소 닭보듯 한다. 재산 상속 과정에서 두차례 소송을 벌이고 ‘대성’이라는 이름을 놓고 법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한 우산 속에 있을 뿐 남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는다.

삼형제는 한 지붕 3가족 체제를 꾸린 뒤 경쟁적으로 사업확장에 나섰다. 형제의 불화가 사세확장 경쟁을 불렀다. 그러다 보니 재계 서열 40위인 대성은 삼성그룹보다 계열사가 더 많아 76개나 된다.

문제는 아버지가 물려준 도시가스 사업을 제외하고 3형제가 펼친 신사업들이 대부분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매출이 거의 없거나 줄곧 적자를 내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계열사들이 즐비하다. 계열사의 30%는 회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으로 꼽힐 정도다. 이런 부진은 대성의 위상까지 흔들고 있다.

“대성가 삼형제들은 모두 학력이 화려하고 착실한 모범생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다른 재벌가 2세들과 달리 체계적 경영수업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한테 수익성이 보장된 도시가스 사업을 나눠 물려받았다. 그런데도 형제 불화 탓에 경쟁적으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늘리다 보니 이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대성가 삼형제는 모두 서울대를 졸업했다. 김영대 회장은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김영민 회장은 서울대 사학과 졸업 후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김영훈 회장은 서울대 행정학과 졸업 후 미시간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반면 대성가의 막내 딸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꼽히며 기업을 키우고 있다. 김성주 회장은 아버지에게 3억 원의 창업자금을 빌려 지금의 성주그룹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일찍이 대성가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업을 일군 점이 오히려 성공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대성의 가업을 물려받은 삼형제와 일찍 독립한 막내딸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 황금알 가업 물려받은 삼형제와 3억 빌린 막내딸

대성은 2세 승계 과정을 거치면서 3개 계열군으로 나뉘었고 각각의 계열군은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 창업주 김수근 명예회장의 장남 김영대 회장은 대성합동지주 계열,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계열, 삼남 김영훈 회장은 대성홀딩스 계열을 이끌고 있다.

  대성 4남매의 엇갈린 경영행보  
▲ 창업주 김수근 대성 명예회장

대성가 삼형제는 각각 대성산업가스, 서울도시가스, 대성에너지 등 에너지회사를 주력으로 삼았다.

대성산업가스는 산업용가스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회사다. 산업용가스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울도시가스는 서울시 11구와 경기지역 3개 시에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는 수도권 도시가스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이다.

대성에너지는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대성에너지의 지방 도시가스 시장점유율은 8.8%다. 산업용 비중이 큰 경동도시가스(울산), 수요기반이 큰 부산가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창업주 김수근 명예회장은 1947년 연탄사업을 시작으로 석유, 도시가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대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2001년 작고하면서 장남에게 대성산업 및 대성산업가스를, 차남에게 서울도시가스를, 삼남에게 대성에너지(구 대구도시가스)를 물려줬다.

김수근 명예회장은 슬하에 4남3녀를 뒀는데 딸들에게 가업을 전혀 물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딸들과 달리 막내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만 사업에 욕심을 냈다. 김수근 명예회장은 김성주 회장의 요청을 받고 3억 원의 창업비용을 빌려줬을 뿐이다.

김수근 명예회장은 세 아들이 함께 대성을 키워나가길 바랐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성가 삼형제는 2001년 김수근 명예회장이 세상을 뜬 뒤 지분과 사명 등을 놓고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켰다. 삼형제가 이끄는 3개 계열군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으로 묶여있으면서도 철저히 독자경영을 하는 것도 형제 불화 때문이다.

대성가 삼형제들은 독자경영을 하면서 경쟁적으로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그러나 삼형제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에너지사업을 제외하고 신사업에서 낸 성과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삼형제의 초라한 경영성과는 대성가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걸어 온 막내딸 김성주 회장과 대조를 이룬다.

◆ 장남 김영대, 건설업 뛰어들었다 휘청

김영대 회장은 건설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건설사업은 실적부진으로 계열사에 부담을 전가하는 짐짝 신세로 전락했다.

김영대 회장은 2007년 차량연료 도매회사인 대성산업을 내세워 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졌지만 김영대 회장은 2011년 디큐브시티를 개장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대성산업은 재무부담 가중으로 2012년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되고 이후 자산과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업정리에 들어갔다.

대성산업은 지난해 2159억 원의 영업손실, 305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차입금은 1조4810억 원에 이르며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 3200억 원이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426억 원에 불과하다.

대성산업은 올해 초부터 1조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계획 실행에 들어갔다. 대성산업과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 보유지분 60%를 매각해 4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자산 규모가 3천억 원에 이르는 디큐브시티백화점도 매물로 내놨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인수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침체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매각이 더뎌질 것으 보고 있다.

대성산업의 부진은 건실한 계열사인 대성산업가스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대성산업가스는 지주사 대성합동지주를 통해 대성산업에 대한 우회지원에 나서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달 대성산업가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 차남 김영민도 신규사업 부진

차남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 회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영민 회장이 벌인 신사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해 청산을 길을 걷게 됐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의 경영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서울도시가스는 지난 3월 교육계열사 굿캠퍼스와 목재가공계열사 SCG포레스트를 청산했다. 굿캠퍼스는 사내이사에 김영민 회장의 장남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이, 기획실장에 장녀 김은혜씨가 내정되면서 경영권 승계용 사업으로 꼽혔다. 그런데 굿캠퍼스가 문을 닫게 되면서 김영민 회장의 경영권 상속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서울도시가스는 서울 시내 도시가스 공급 비율이 94%에 달하기 때문에 수익구조가 탄탄하다”며 “그런데도 무분별하게 사업을 늘리며 욕심을 부리다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 삼남 김영훈의 실속없는 ‘문어발 확장’

삼남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도 신사업 부문에서 줄줄이 낙제점을 받았다. 김영훈 회장은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IT, 금융, 아동복, 선박운송, 광고대행 등 그야말로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지만 결과는 미미하다.

대성그룹이 2006년 인수한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는 인수 이후 줄곧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대성그룹은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인수 곧바로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자본잠식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8년부터 완전자본잠식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벤처캐피탈사 대성창업투자는 지난해 8억5천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2년 영업흑자를 낸 지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아동복 계열사 글로리아트레이딩은 2012년 7억 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지난해에도 5억 원의 적자를 냈다.
 
청산기업들도 속출했다. 올해 2월 선박 운송업 제이씨알이, 3월 전시 및 행사광고대행업 나우필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대성 4남매의 엇갈린 경영행보  
▲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 삼형제 부럽지 않은 막내딸 김성주

김성주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빌린 단돈 3억 원으로 오늘날의 성주그룹을 일궈내면서 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김성주 회장은 “아버지는 항상 여자는 남자보다 더 많이 알면 안 되니 조용히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를 계기로 내 안에 반항아를 키우게 됐다”며 “결국 가족이라는 문화적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성주 회장은 1990년 아버지로부터 빌린 돈으로 성주그룹의 모태인 성주인터내셔날을 설립한다. 창업한 첫해부터 구찌의 한국 독점 영업권을 따내는 등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아버지로부터 빌린 돈은 불과 3~4년 뒤 원금에 이자까지 얹어 갚았다.

성주인터내셔날은 2001년 대성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대성에서 계열분리된다.

김성주 회장은 2005년 인수한 독일 브랜드 MCM 성공에 힘입어 성주그룹의 사세를 키웠다. 그는 2012년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근 김성주 회장의 해외시장 공략은 순항중이다. 브랜드 MCM은 현재 전세계 32개국에서 29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다. 김 회장은 중국 내 MCM 매장 수를 현재 26개에서 내년까지 1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최근 중국인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동 한복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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