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메타라운지(왼쪽)와 LG유플러스의 U+키즈동물원 화면. |
[비즈니스포스트] 이동통신3사가 정체된 통신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5G통신의 초고속 및 초저지연성을 앞세워 메타버스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통사 가운데 SK텔레콤이 메타버스플랫폼 ‘이프랜드’를 출시해 가장 앞서고 있는데 KT와 LG유플러스도 연내 메타버스사업을 시작하며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처음부터 통합 메타버스플랫폼을 내놓은 SK텔레콤과 달리 특정고객이나 서비스 중심으로 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특정 고객층을 확보한 뒤 점차 서비스 영역을 넓혀 나간다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 모두 B2B(기업 간 거래)부문과 관련한 메타버스서비스를 먼저 출시한다.
KT는 하반기에 B2B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라운지’를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타라운지는 기업이나 학교, 기관을 대상으로 회의, 교육, 세미나, 콘퍼런스 등과 관련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KT는 현재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메타버스플랫폼 ‘지니버스’도 개발하고 있다.
이용자가 지니버스에서 집 안의 가전을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니버스에 탑재된 초거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NPC(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와 감성대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올해 1월 신한은행과 메타버스를 포함한 23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던 만큼 지니버스에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거래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정 서비스에서 시작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를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LG유플러스도 직장인, 아이들, 대학 구성원 등으로 메타버스서비스 타깃을 세분화하고 타깃 고객에 특화한 메타버스서비스를 선보이며 메타버스사업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안에 직장인의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메타버스서비스 ‘U+가상오피스’를 일부 고객사에 시범제공한 뒤 2023년에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또 연내 아이들의 시청각경험을 확대하고 학습에 도움이 되는 메타버스서비스 ‘U+키즈동물원’의 시범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3월부터 숙명여대 구성원 전용 메타버스서비스인 ‘스노우버스’를 상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이동통신박람회 MWC2022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타버스를 구현할 플랫폼부터 제시하기보다 메타버스에 탑재했을 때 더 좋은 가치가 나올 수 있는 서비스를 먼저 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SK텔레콤은 2021년 7월 이프랜드를 출시하며 이통사 가운데 가장 먼저 통합 메타버스플랫폼을 선보였다. 이프랜드의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135만 명까지 늘었다.
물론 네이버가 2018년 8월부터 메타버스플랫폼 제페토를 출시해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 수 2천만 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이프랜드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프랜즈 내 자체 경제활동이 가능해지고 해외로 서비스를 넓히면 이용자 수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3분기부터 이프랜드에서 이용자들이 자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다.
최근 이프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가상화폐 개발을 사실상 매듭지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출석, 미션 수행 등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메타버스에서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에게 이 포인트를 후원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올해 5월에는 유럽 최대 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이프랜드의 유럽진출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고 6월에는 영어버전의 이프랜드 개발도 완료했다. 올해 안으로 글로벌 8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을 비롯해 이통사들이 메타버스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로는 무선 가입자를 늘리는데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기존 통신인프라를 활용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 좋다는 점이 꼽힌다.
이통사들은 메타버스를 다른 산업과 융합한 새로운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금융권에서는 메타버스플랫폼에 가상지점을 개설하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자산을 불리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원격의료시스템 구축, 의료진 교육, 대체불가토큰을 기반으로 하는 신약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성이 좋다는 점도 성장 정체에 빠진 이통사들로서는 매력을 느낄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는 2021년 460억 달러(60조 원)에서 2025년 2800억 달러(365조 원)으로 6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CT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 또는 각종 사회 관계망을 연결하는 다양한 메타버스 공간이 구축되면 광고, 쇼핑,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활동과 일상생활에서 보상을 얻고 이를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L2E(Life To Earn, 즐기면서 돈을 버는 사업형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