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 대해 말들이 많다.
인수심사가 초장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에 따른 업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가 177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1일 심사에 착수했는데 6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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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당초 공정위 심사는 늦어도 3월 말 안에는 끝날 것으로 관측됐다. 통상적으로 공정위의 기업간 결합에 대한 심사가 120일을 넘긴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심사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 SK텔레콤의 경쟁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인수 반대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방송협회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이 과거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이번 인수심사 장기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2000년 신세기이동통신, 2008년 하나로통신을 인수했다.
공정위는 당시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을 낮추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SK텔레콤은 이후 통신시장점유율 50%가 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SK텔레콤은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해 IPTV(인터넷방송)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려고 하는데 이종사업인 IPTV와 케이블TV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공정위뿐 아니라 방송의 관점에서 이를 심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위성방송과 케이블TV, IPTV(인터넷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합해 규제하는 ‘통합방송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이번 인수심사의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도 이 사안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결합 이후에 발생할지 모르는 고용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인수 당사자에게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유료방송의 경우 설비설치기사와 콜센터직원 등 비정규직 비중이 다른 사업군보다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안이 워낙 복잡하고 특수한 데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번 사안에 걸쳐 있다"며 "심사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상관 없이 최대한 심사를 신중히 진행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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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인수주체인 SK텔레콤을 비롯해 일부 학계 관계자들은 심사지연에 따른 업계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장기 투자 등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심사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 생태계 발전을 위해 5년 동안 5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SK브로드밴드도 CJ헬로비전과 합병하면 이와 별도로 3200억 원대 펀드투자를 유치해 방송생태계 발전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는 올해 상반기 이후에야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부터 심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해도 6월 안에 결정이 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공정위 심사 이후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 심사에도 총 50여 일이 소요되는 만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여부가 올해 상반기 안에 결론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