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생 청년창업자가 만들어낸 성공신화는 허상이었을까? 다시 부활에 성공할까?
황효진 스베누 대표는 토종운동화 브랜드 ‘스베누’를 탄생시킨 뒤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으로 고속성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불과 몇개월 사이에 황 대표는 청년 창업신화 ‘몰락’의 아이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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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효진 스베누 대표. |
스베누 브랜드는 땡처리판매와 품질논란에 휩싸였고 황 대표는 2016년 1월에 신발제조업체에 밀린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사기혐의로 피소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토종운동화 브랜드 ‘스베누’가 유류도매업체 오씨에너지로부터 500억 원을 유치했다고 밝혀 부활의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지를 놓고 의구심도 크다.
스베누는 곧 황효진 대표로 인식돼 있어 부활의 관건은 황 대표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황 대표는 스베누가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갈 즈음인 4월 5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받았다고 밝히며 재기의 의지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 브랜드가 외국브랜드를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초심에 다시 불을 붙였다”며 “지난 과오를 자양분으로 삼아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유치한 투자금으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반기 30억 원을 투자해 부산에 연구개발센터와 전용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황 대표와 스베누의 재기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스베누에 투자했다는 오씨에너지의 기업규모나 재무상태가 500억 원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을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씨에너지는 2006년 설립된 뒤 유류구매에 필요한 자금대출 및 유류공급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신용평가사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오씨에너지의 신용등급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는 CCC+등급이다.
오씨에너지는 2014년 영업손실 19억1200만 원을 봤다. 2014년 기준으로 유동부채가 58억300만 원으로 유동자산 41억8500만 원을 넘는다.
스베누는 3월 말 제품유통 전담법인 ‘스베누코리아’를 설립했는데 이 신설법인의 대표가 오씨에너지의 송현숙 부회장이다.
스베누의 경영권과 지분구조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되지만 스베누는 투자유치과정은 물론이고 투자형태에 대한 그 어떠한 자세한 정보도 밝히고 있지 않다.
◆ 신뢰회복 가능할까
투자금 유치가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황 대표나 스베누가 명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넓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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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효진 스베누 대표가 2015년 9월 영국 축구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후원협약에 대해 페이스북에 남긴 글. |
황 대표는 스베누 사태를 겪으며 사기꾼 혹은 무능한 경영인으로 비판받았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스베누를 검색하면 여전히 '스베누가 망한 이유', '스베누를 신었더니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스베누의 운명은 단지 황효진 대표 한 사람의 미래만 달린 것이 아니다. 스베누의 가맹점을 운영했던 점주들과 제조공장 등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논란이 한창 불거질 당시 한 가맹점주는 “본사가 밉지만 어떻게든 다시 살아나 가맹점주들이 보상을 받길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베누 가맹점주들은 영업을 시작한지 불과 1~2년 사이에 땡처리 논란부터 스베누 몰락을 모두 겪어야 했다.
스베누가 다시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무너진 유통망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여개에 달했던 가맹점수는 사태 이후 30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문을 닫은 가맹점주들 역시 본사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운동화 제조를 맡긴 부산지역 신발제조업체에 밀린 대금 120억 원 지급도 해결해야 한다. 신발제조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자금 마련을 위해 땡처리로 시중에 유통한 제품회수도 시급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깜깜이 경영과 ‘몰랐다’는 무지로 결국 이 사태를 맞이했고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가맹점과 신발공장 주인들”이라며 “스베누가 다시 부활하기 위해선 신제품 출시보다 투자유치 과정은 물론이고 자금운용 계획을 깨끗이 밝히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 창업신화의 아이콘
스베누는 2014년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1020세대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고속성장했는데 짧은 기간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황효진 스베누 대표 역시 청년 창업신화를 썼다가 순식간에 몰락하는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황효진 대표는 1988년 태어나 아프리카TV에서 게임 개인방송을 하며 ‘BJ소닉’으로 활동해 이름을 알렸다. 2011년 24살의 나이에 온라인 신발쇼핑몰 ‘신발팜’을 만들었고 2013년 스베누를 세상에 내놨다.
황 대표는 이전까지 운동화와 관련된 일을 한 경험이 전무했다. 사업을 벌이는 것 역시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군대에서 여자친구에게 개인방송 BJ는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고 차였다”며 “그 뒤 사업구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군에서 제대한 뒤 추진력과 패기로 사업구상을 실현시켰고 소위 ‘대박’을 쳤다. 남다른 성장의 배경에는 공격적인 ‘스타마케팅’ 전략이 자리잡았다.
스베누는 아이유씨와 송재림씨, AOA, 클레이모레츠 등 스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면서 광고비만 1년에 수백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스베누를 통해 MBC ‘장미빛연인들’, KBS ‘프로듀사’ 등 드라마 제작지원에 앞장서고 E-스포츠 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게임BJ 출신인 그는 2014년 12월 온게임넷과 함께하는 ‘스베누 스타리그’를 출범시켰고 ‘스베누 롤챔스 코리아’ 후원을 결정했다.
황 대표는 스베누가 승승장구하자 지난해 9월 영국 축구구단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파트너십까지 체결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꿈꿨다.
황 대표는 스베누가 1년 만인 2014년 매출 500억 원, 지난해 매출 1천 억 원을 넘겼다고 자신했다. 스베누 가맹점 수는 2년 만에 100개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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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효진 스베누 대표는 1월 논란이 커지자 위와 같은 사과문을 올렸다. |
◆ 어쩌다 몰락했을까
스베누 몰락의 전조는 스베누를 성공궤도에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페이스북 등 SNS에서 시작됐다.
신발에서 물빠짐, 이염현상이 발견된 데다 일부 신발이 브랜드가 없는 싼값의 운동화를 스베누라는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져 나갔다.
여기에 지난해 10월부터 신발을 거의 반값에 파는 ‘땡처리’ 매장이 생겨 가맹점주들이 적게는 3천만 원에서 2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
황 대표가 스베누 제조를 맡긴 부산지역 신발제조업체에 밀린 대금으로 사기혐의로 피소되면서 논란이 정점을 찍었다.
신발제조업체는 완성품공장 8곳을 비롯해 밑창 제조공장 등 50여곳이 6개월 동안 대금이 밀려 도산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스베누가 2014년 연매출 500억 원을 창출했단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스베누는 2014년 매출 104억 원을 냈는데 영업손실이 2억 원에 이르렀다.
황 대표는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중간 유통업체가 횡령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인터뷰에서 “모든 걸 솔직히 얘기했고 정말 몰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