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가수 조영남씨가 ‘대신 그림을 그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작품을 대신 그려주는 행위를 놓고 관행이냐, 사기냐 하는 논란이 뜨겁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씨가 다른 화가에게 대신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기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검찰은 “조영남씨가 다른 사람이 그린 작품을 조씨가 그린 것처럼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씨가 대신 그림을 그리도록 한 작품 규모와 판매액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소속사와 그림을 거래한 갤러리 등을 압수수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은 한 무명화가 A씨가 조씨의 그림 300여 점을 8년간 대신 그려줬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그는 그림을 대신 그려주고 장당 10만~20만 원을 받았으며 조씨는 이 작품들을 수백만~수천만 원의 고가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화투 그림을 중심으로 조씨 작품의 90% 정도를 내가 그려 주면 조씨가 나머지 10%를 덧칠하고 사인을 넣어 조씨의 작품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4월 A씨로부터 직접 제보를 받아 조사를 벌여왔으며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도 세워뒀다. 조씨는 논란이 확대되자 A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조씨는 가수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개인전시회를 여는 등 미술계에서도 이름을 널리 알려왔다.

이번 파문이 확산되면서 미술계는 물론 대중들 사이에서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SNS에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을 예로 들며 작가가 콘셉트를 정하고 실제 실행 작업을 조수 등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미술계의 일반적 관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A씨에게 조씨가 지급한 대가 10만 원은 너무 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미술계 내부와 대중들의 시각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자칫 미술계 전체의 관행처럼 비쳐 작가들의 창작행위를 모독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네티즌들도 미술계의 대신 그리기가 관행이라면 논문이나 작품 등 대필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냐며 비판적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조씨의 의혹에 대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매자가 조영남이란 이름값을 믿고 산 것인데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면 명백한 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사기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려면 작품 구매자들이 피해배상을 요구해야만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창작 행위에 기여한 정도를 명확하게 분간하기 어렵고 구매자의 피해 정도도 수치로 밝혀내기 어려워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