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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농협은행 자본건전성 악화 풀어낼 '묘수' 없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6-05-13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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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이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건전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대출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농협은행이 특수은행인 만큼 조선·해운 대기업에 빌려준 여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흔들리는 농협은행 자본건전성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주요 상업은행들 가운데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자본건전성 악화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섭, 농협은행 자본건전성 악화 풀어낼 '묘수' 없나  
▲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 81.34%를 기록했다. 신한은행(167%), KB국민은행(156%), 우리은행(126%), KEB하나은행(121%) 등과 비교했을 때 유일하게 100%를 밑돌았다.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은 은행에서 손실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의 전체 금액을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받지 못한 부실대출인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수치다. 이 비율이 100% 아래일 경우 향후 부실화될 수 있는 대출금액보다 충당금을 적게 쌓았다는 뜻이다.

농협은행은 1분기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 2.15%를 나타내 주요 상업은행 가운데 2%를 유일하게 넘어섰다.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의 비중이 다른 은행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최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함께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을 면담했는데 농협은행의 자본건전성 악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보다 자본건전성 전망이 어두운 상태”라며 “2007년부터 기업대출을 통해 자산을 늘렸는데 이때 리스크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역풍을 지금 맞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 가운데 한 곳이라도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면 농협은행의 자본건전성 악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은 세 기업에 대해 3월 기준 위험노출액(익스포저) 1조646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은행권의 위험노출액 가운데 6.6%의 비중인데 이는 주요 상업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 대출구조 재편, 해법될 수 있을까

이 행장은 농협은행의 자본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해운업종 대기업의 대출비중을 줄이고 가계와 신규산업 위주로 여신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섭, 농협은행 자본건전성 악화 풀어낼 '묘수' 없나  
▲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 행장은 이달 초 한 인터뷰에서 “농협은행은 앞으로 조선과 해운회사에 신규 자금지원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3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해운업에 신규 대출을 내주지 않고 가계와 중소기업대출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이 행장의 말을 뒷받침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조선·해운회사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줄이고 바이오와 농식품산업 쪽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을 큰 틀에서 살펴보고 있다”며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 아래에 있는 특수은행인 점을 감안하면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자본건전성의 악화 부담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특성상 일반 시중은행보다 구조조정을 지휘하는 정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시중은행과 달리 부실기업의 채권단에서 빠지는 등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STX조선과 성동조선 채권단에서 부실 가능성을 이유로 시중은행들이 이탈했을 때도 채권단에 계속 남았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농협은행의 충당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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