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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메이디그룹 허샹젠(4) 전문경영인 승계 모범

노녕 기자 nyeong0116@businesspost.co.kr 2022-03-29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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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메이디그룹 허샹젠
[1] '중국판 LG전자' 개척
[2] 민간기업 전환 최초
[3] 해외시장 본격 공략
[4] 전문경영인 승계 모범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창업주가 회사 설립 초기부터 경제 발전에 맞춰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재벌기업과 공통점이 있다. 

최근 중국의 여러 기업에서 가족경영 및 경영 승계와 관련한 리스크가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1979년 중국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후 중국 1세대 기업가들이 등장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70세를 넘어 자녀에게 사업을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유학생활을 경험한 1세대 경영인들의 자녀는 경영을 승계하는 대신 스스로 창업을 하거나 해외에서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

1978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중국정부의 한 자녀 정책으로 대부분 기업인들이 자녀 1명 만을 두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1세대 경영인들이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싶어도 한 명뿐인 자녀가 거부하면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아직 자녀에게 기업 경영을 승계한 사례가 흔하지 않다.

다수의 1세대 경영인들이 은퇴를 앞두고 사업을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고민을 안고 있는 셈이다.

메이디그룹 창업주인 허샹젠도 이런 고민을 안고 있었지만 일찌감치 자녀에게 경영을 물려주는 대신 전문경영인을 육성해 기업을 맡긴다는 목표를 두고 장기간에 걸친 인재 육성과 승계작업을 준비해 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허샹젠의 전문경영인 승계 사례는 중국 기업인들의 모범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메이디그룹 허샹젠(4) 전문경영인 승계 모범
▲ 팡훙보 메이디그룹 회장(왼쪽)과 허샹젠 메이디그룹 창업자. <메이디그룹>
◆ 전문경영인 승계 밑그림 그려

허샹젠은 70세가 된 2012년에 여러 해 전부터 계획했던 '70세 이전 은퇴, 전문경영인 승계'를 단행했다.

그는 메이디그룹의 마지막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과감하게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허샹젠은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은퇴하기 10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그는 200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메이디그룹의 운영 시스템, 문화 등에 적응하고 능력만 있는 인재라면 누구든 경영을 승계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최종 방향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허샹젠은 2001년부터 메이디그룹에 사업부제를 도입하면서 각 사업부별로 전문경영인을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기 그룹 경영자를 육성하기 위해 사업부별로 여러 후보군을 두고 평가하는 작업을 거친 셈이다.

천춘화 화난이공대학 공상관리학원 교수는 “허샹젠이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승계를 염두에 두고 경영시스템에 변화를 추진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허샹젠은 2009년 자신이 맡고 있던 그룹 핵심 계열사인 메이디가전 사장직에 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팡훙보를 앉히고 전문경영인 체제의 성공 가능성을 시험했다.

텐센트테크에 따르면 허샹젠은 메이디가전 사장직에서 물러날 때 “사장직 은퇴는 삼고초려 끝에 내린 결정으로 완전한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회사와 관련된 권한을 조금 더 내려놓고 전문경영인 경영 시스템과 현대기업 관리 시스템을 더 시험해보고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샹젠은 메이디그룹의 회장직을 유지하며 지배주주로서 거시적, 전략적 측면에서 메이디가전의 발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지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문경영인에 우선 핵심 계열사의 실무를 맡기고 성과를 지켜보며 완전한 경영 승계 시기를 저울질한 셈이다.

허샹젠이 메이디가전의 전문경영인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데까지는 약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2년 8월 허샹젠은 정식으로 메이디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이를 팡훙보에 넘겨줬다.

이듬해 팡훙보는 상장사 메이디가전을 그룹으로 흡수합병해 재상장을 추진했다. 2022년 3월28일 기준 메이디그룹 시가총액은 3924억 위안(75조 원)이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메이디그룹 허샹젠(4) 전문경영인 승계 모범
▲ 팡훙보 메이디그룹 회장(왼쪽부터)과 허샹젠 메이디그룹 창업자, 허젠펑 잉펑그룹 회장. <메이디그룹>
◆ 중국 기업 경영사례 모범으로 자리잡아

허샹젠은 경영에서 은퇴한 뒤 그동안 축적한 부를 기반으로 자선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허샹젠은 은퇴 1년 만에 광둥성허샹젠자선기금회를 세웠다. 본격적으로 공익과 자선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2017년에 기금회 이름을 광둥성허디자선기금회로 변경하고 60억 위안(1조1507억 원)에 이르는 기부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아들 허젠펑을 기금회 주석으로 임명하면서 가족 차원의 자선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허샹젠은 이 재단을 통해 빈곤가구, 교육, 의료, 양로, 창업, 문화보존 및 공익 자선사업 등 여러 방면으로 기부를 확대하며 중국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자녀들은 메이디그룹 경영을 승계하는 대신 일찌감치 각자 자신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업 경영과 거리를 뒀다.

허샹젠의 아들인 허젠펑은 1990년대에 메이디그룹에 납품하는 소형가전 사업체를 꾸려 2002년에 직원 5천여 명을 둔 중형기업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허젠펑은 가전 사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세운 회사의 자회사를 통합하고 가전사업을 청산해 나가면서 2008년부터 투자컨설팅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투자회사는 현재 금융, 소매, 제조 등을 아우르는 대형 종합투자그룹으로 성장했다. 

허젠펑은 2010년에 잉펑자선기금회라는 자선사업체도 독자적으로 세워 환경보호, 교육, 빈곤인구 구제 등을 위해 기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허샹젠의 딸 허첸싱도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사업체를 꾸리고 메이디그룹과 관계 없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허샹젠, 허젠펑, 허첸싱은 모두 메이디그룹의 주주로 남아 지배주주로서 권리를 지키고 있다. 주주총회가 열리면 아들 허젠펑이 가족 대주주를 대표해 참석한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허샹젠은 2021년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세계 부호 리스트에서 35위를, 2021년에는 9위를 차지했다. 또 같은 기관이 발표한 ‘2021년 세계 자선가 리스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노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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