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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초' ETF 고집하는 한화자산운용 김성훈, "선제적 고객가치"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02-17 17: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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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초' ETF 고집하는 한화자산운용 김성훈, "선제적 고객가치"
▲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들어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자산운용사를 꼽으라면 단연 한화자산운용이다.

올해 출시한 2개 상품 ‘ARIRANG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 ETF’와 ‘ARIRANG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 ETF’ 모두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또한 신상품을 상장할 때마다 ETF사업을 이끄는 사업본부장이 직접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하며 상품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와 무엇이 달라졌기에 이런 변화가 찾아왔을까? 한화자산운용 ETF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훈 ETF사업본부장을 직접 만나봤다.

“다음에 준비하고 있는 상품 역시 국내 최초입니다.”

김성훈 본부장은 16일 한화자산운용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다음 ETF 상품 출시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한화자산운용은 현재 우주항공 관련 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3월 우주항공 ETF를 안정적으로 상장하면 올해 들어 3번 연속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새로운 상품만 내놓게 된다.

새로운 상품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김 본부장은 대뜸 ‘선제적 고객가치 확대’에 방점이 찍힌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의 비전을 내놓았다.

김 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고객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성장성이 충분한 신사업은 한참 이슈가 돼 성장한 뒤 투자하면 늦습니다. 이런 사업은 성장하기 전 미리 투자를 해야 해 선제적 상품 출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는 ETF의 주요 가치와도 연결된다. ETF(Exchange Traded Fund)는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일반 투자자들도 주식처럼 편하게 사고 팔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이다.

ETF는 투자 대상이나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투자 전략을 담아낼 수 있어 일반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한다.

김 본부장은 지난 상품 출시 간담회에서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에는 시장점유율이나 순자산총액(AUM) 확대 같은 일반적 정량적 사업목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최초' ETF 고집하는 한화자산운용 김성훈, "선제적 고객가치"
▲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15일 온라인으로 ‘ARIRANG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 ETF' 출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믿기지 않아 이를 몇 번이나 되물었으나 “ETF사업본부의 KPI(핵심성과지표)에는 정말로 목표 수익률이나 목표 순자산총액이 없습니다”는 답변이 계속 돌아왔다.

김 본부장은 “고객의 선택을 받고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을 꾸준하게 선제적으로 내다보면 결국 외형 성장이나 매출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반대로 외형 확대를 사업목표로 정한다면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이 아니라 외형 확대를 위한 상품을 종종 내놓을 때도 있어 결과적으로 고객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고 바라봤다.

ETF사업은 한두희 대표가 취임 뒤 가장 힘을 싣는 사업이기도 하다. 한두희 대표는 지난해 7월 한화자산운용 대표에 오른 뒤 9월 ETF운용팀을 ETF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했고 초대 본부장에 김 본부장을 앉혔다.

김 본부장은 “ETF사업본부가 만들어질 때 받은 미션도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선제적으로 내고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사업을 하라’였습니다. 본부 미션이 '고객가치 확대'로 명확했습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의 ETF사업을 키운 사람으로 평가된다.

한화자산운용은 2011년 한화투자신탁운용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이 합병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는데 당시 한화투자신탁운용이 쓰던 ETF 상품명 ‘아리랑’을 그대로 이어받자고 주장한 이도 김 본부장이다.

김 본부장은 “합병 이전 한글로만 쓰던 아리랑을 영어로 바꾸고 BI(브랜드아이덴티티)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ETF상품을 단순히 국내시장용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ETF로 키워보자는 뜻도 담았습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ETF시장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한국거래소로부터 업무유공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화자산운용에서 개인이 한국거래소의 업무유공 표창을 받은 이는 김 본부장이 유일하다.

이제는 ETF전문가로 불리지만 김 본부장이 처음부터 ETF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다.

김 본부장은 1976년 태어나 국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화재, ING생명(현재 오렌지라이프), 미래에셋증권 등을 거쳐 2011년 한화자산운용에 둥지를 틀었다. ETF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한 것은 한화자산운용에 오고 나서다.

김 본부장은 “금융업계에 발을 들인 뒤 보험, 증권, 채권 등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만히 보니 자산운용업의 미래가 ETF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는 ETF시장이 이처럼 커지기 전이었는데 그때부터 ETF에 집중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왔습니다”고 돌아봤다.

김 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에서 ETF사업을 계속 맡다 2016년 ETF전략팀장에 올랐다. 이후 최근 몇 년 전사 경영전략 쪽 일을 하다가 지난해 9월 ETF사업본부가 생기면서 ETF사업에 복귀했다.

김 본부장이 정성적 가치를 내세웠지만 국내 ETF시장에서 한화자산운용이 가야할 길은 만만치 않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ETF시장 확대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시장 내 위상이 조금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한화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 순위는 2018년 말 4위에서 2019년 말 5위, 2020년 말 7위로 내려갔고 현재도 7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터뷰] '최초' ETF 고집하는 한화자산운용 김성훈, "선제적 고객가치"
▲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1월18일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온라인 발표화면 캡쳐>

김 본부장에게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만의 장점을 묻자 빠른 의사결정을 꼽았다.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ETF운용본부를 운영하며 ETF ‘운용’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한화자산운용은 ETF사업본부를 통해 지수개발과 상품출시, 마케팅까지 사업본부 내에서 유기적으로 처리해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것이다.

한두희 대표 취임 이후 본부장 책임경영제를 실시해 ETF사업과 관련한 전반의 의사결정을 김 본부장이 직접 내리는 점도 빠른 의사결정의 배경으로 들었다.

김 본부장은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직접 모든 사업을 챙기는데 이는 김 본부장이 직접 상품 출시 간담회를 진행하는 이유로도 이어졌다.

김 본부장은 “ETF 상품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합니다. 희토류와 수소는 어디가서 강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전문가가 됐습니다. 저부터 상품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데 이를 투자자들에게 잘 전달하면 투자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간담회를 직접 진행하고 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지속해서 상품 출시 간담회를 직접 진행할 계획입니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도 신상품을 출시를 계속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본부장은 “어느 정도 추세는 있겠지만 시장은 아무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품이 준비되는 대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우리가 내는 상품은 단기적 투자보다는 꾸준하게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지금의 장 흐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고 대답했다.

국내 ETF시장 성장성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는 해외사례부터 내놓았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봤을 때 국내 ETF시장 규모는 시총 기준 국내 주식시장 규모의 2.6% 수준입니다. 반면 미국은 13%, 영국은 17%, 독일 15%, 일본 10% 수준입니다. 우리도 10%까지만 올라와도 ETF시장 규모는 현재 70조 원대에서 200조~300조 원 수준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고 내다봤다.

이날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50층 한화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맑은 날씨에 탁 트인 시야, 정돈된 책상 앞에서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김 본부장의 논리 정연한 말투에 신뢰가 갔다.

인터뷰 전날 출시한 ‘ARIRANG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 ETF’ 수익률도 신뢰도 상승에 한몫했다.

김 본부장은 인터뷰 도중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혹시 어제 상장한 차세대연료전지 ETF가 오늘 얼마나 오른지 아시나요? 8% 넘게 올랐습니다. 어제 투자하신 분들은 아마 지금 기분이 좋으실 것 겁니다.”

김 본부장은 선제적 상품을 통한 고객가치 확대를 위해 매일 아침 5시30분 집에서 출발해 서울 여의도로 향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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