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수 두산 사장이 두산의 면세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동 사장은 두산그룹 오너4세인 박서원 두산 전무와 함께 면세점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동 사장과 박 전무 모두 면세점사업이 처음이라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 두산, 면세점사업 초반 주도권 잡기 나서
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늦어도 18일경 두타면세점을 개점한다. 두산은 아직 면세점 개점날짜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면세점 특허를 얻어낸 뒤 6개월 이내에 매장을 열어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18일까지는 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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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현수 두산 사업부문총괄 사장. |
두산은 신세계가 18일을 면세점 신규 개점 날짜로 확정하면서 초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은 두타면세점의 개점을 앞두고 15일까지 동대문 두타광장과 온라인에서 프리오픈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두산은 이벤트 기간에 두타광장에 설치된 이벤트 부스를 방문해 두타면세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쳇에서 두타면세점을 팔로잉하면 경품을 증정한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내국인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두타면세점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태양의후예’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배우 송중기씨를 면세점 모델로 발탁했다. 두산은 면세점 개점과 동시에 송중기씨를 활용해 다양한 한류 홍보활동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동현수, 두산 면세점사업 부담감
동현수 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두산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삼은 면세점사업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동 사장은 두산그룹이 전자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효성으로부터 영입한 전자소재 전문가다. 애초 유통사업을 경험한 적이 전혀 없어 면세점사업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봤다.
두산그룹은 20여 년 동안 중공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강화해와 면세점사업을 따내기 힘들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동 사장은 지난해 11월 호텔롯데가 보유한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빼앗는데 성공하며 입지를 다졌다. 특히 면세점사업에 경험을 갖춘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 등 기존 강자들을 제쳤다는 점은 크게 주목받았다.
동 사장은 당시 “동대문 상권 부활을 돕고 동대문을 서울시내 대표적 관광 허브로 키워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관광산업 활성화와 투자 및 고용촉진 등을 내세워 서울에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동 사장은 다시 기존 강자들의 견제를 집중적으로 받게 되는 처지에 몰렸다.
당장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등이 정부의 방침을 반기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 사장이 면세점사업에서 단기간에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추가로 선정되는 사업자들에게 면세점사업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안게 된 셈이다.
◆ 박서원, 경영능력 시험대
두산은 지난해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사업부문 유통전략담당 전무에 선임했다.
두산은 당시 “면세점사업은 유통과 마케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회사 임원인 박 전무가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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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원 두산 전무. |
박 전무는 그동안 “아버지의 후광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며 광고회사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두산의 사업과는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면세점사업에 박 전무를 투입하면서 박 전무도 두산그룹의 '4세경영' 후계반열에 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 전무가 면세점사업에서 성과를 내 두산그룹의 후계구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판을 깔아줬다는 것이다.
박 전무는 광고사업을 통해 역량을 보였는데 면세점사업까지 안정적으로 일궈내면 경영능력을 확실하게 검증받게 된다.
박 전무는 면세점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박 전무는 4월 프랑스를 방문해 샤넬과 루이비통, 펜디, 지방시 등 해외 유명브랜드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점사업의 성공 열쇠로 꼽히는 명품관을 유치하는 데 직접 나선 것이다.
박 전무는 최근 사회관계망(SNS)서비스를 통해 두타면세점의 BI(브랜드이미지)와 10초 분량의 미니 티저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 동현수 박서원, 면세점사업 성공하기 위한 과제
면세점사업을 이끌고 있는 동 사장과 박 전무가 유통과 관련한 사업에 한 번도 손을 대본 적이 없다는 점은 두산이 면세점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우려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동 사장은 소재 전문가로, 박 전무는 광고 전문가로 인정받았지만 면세점사업에 문외한이다.
게다가 두산그룹도 유통업에 손을 놓은 지 오래됐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 경쟁에서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놓고 싸워야 한다.
두산은 과거 코카콜라와 오비맥주 등 식음료·소비재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20년 가까이 건설과 제조업, 중공업 등에 주력했기 때문에 유통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산이 유통업의 단계를 차례대로 밟지 않고 단번에 유통업의 꽃으로 불리는 면세점사업에 뛰어든 점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업계는 주목한다.
두산면세점이 터를 잡고 있는 서울 동대문의 지역적 특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동대문은 예전부터 싼 가격의 의류를 대량으로 사들이기 위한 상인들이 많이 찾았다. 소비자들도 저렴한 의류를 구매하기 위해 동대문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두산이 고가의 상품을 취급하는 면세점을 지역특성과 잘 어우러질 수 있게 만들지 못한다면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