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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왜 김창수에게 삼성생명을 맡겼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6-25 2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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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은 왜 김창수에게 삼성생명을 맡겼나  
▲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이다. 지분구조로도 회사규모로도 다른 금융계열사들을 압도한다. 그래서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전자 다음으로 삼성생명이 중요하게 손꼽힌다.

이런 그룹 내 위상에 비해 삼성생명의 실적은 초라하다. 이미 10년 전부터 ‘금융 일류화 추진팀’이 만들어졌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삼성생명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흔들리는 삼성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김창수 사장이 투입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한 인사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금융업계 경력이라고 삼성화재 사장을 맡은 2년뿐이다. 지난 30년을 대부분 삼성물산에서 보냈다.

이재용 부회장은 김창수 사장에게 왜 금융계열사 맏형 자리를 맡겼을까?

◆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맏형 삼성생명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5개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은 삼성화재(15%), 삼성카드(34.4%), 삼성증권(11.1%), 삼성자산운용(100%)다.

삼성생명은 지분구조뿐 아니라 시가총액 규모로도 맏형 노릇을 한다.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상장계열사인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을 모두 합친 시가총액과 비슷한 규모다. 따라서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손꼽히는 핵심 계열사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도 7.2%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4%)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0.6%)보다 많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서 삼성전자를 지배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인데 비해 삼성생명을 비롯해 금융계열사들은 ‘골목대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수년 전부터 “금융에서 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기업이 나오지 않냐”며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금융계열사를 일류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10년 전 ‘삼성금융 일류화추진팀’을 만들어 삼성 금융계열사의 수익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삼성생명의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2010년 1조9천억 원을 넘었던 영업이익은 2013년 1조 원이 채 되지 못했다.

삼성금융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절대적으로 그룹 지원을 받는 삼성 내 금융지주 구실을 하는 계열사”라면서 “마냥 업황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 김창수는 어떤 성과를 보여줬나

김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 삼성물산 동남아본사 경영지원팀, 삼성물산 감사팀장과 인사팀장 등 30년 가까운 삼성 경력의 대부분을 삼성물산에서 보냈다.

그는 특히 삼성물산 기계플랜트본부장 시절 카자흐스탄 발하시 화력발전소(2007년), 멕시코 만사니오 LNG터미널 인수기지(2008년), 호주 담수화사업(2009년), 인도네시아 조선소 건설 및 페리호 건조(2009년) 등 대형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하며 이름을 날렸다.

김 사장은 지난해 삼성그룹이 콘서트형식으로 여는 강연인 ‘열정락서’에 강연자로 등장해 “삼성물산에 근무하면서 1년에 100일 이상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오지를 다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가 ‘해외통’으로 불렸던 이유다.

이후 그는 삼성물산에서 부사장까지 지내다 2012년 2월 삼성화재 사장으로 승진 발탁됐다. 그가 금융분야에서 일하게 된 것은 사실상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삼성화재는 국내 시장이 포화돼 수익성 정체에 빠져 있었다. 그는 삼성화재의 사업 다각화와 함께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물산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노하우를 접목시켰고 이런 노력은 머지않아 실적으로 이어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 5월 국내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중국에서 자동차책임보험 직판 허가를 받아냈다. 삼성화재 중국법인인 2005년 설립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업이 지지부진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책임보험 판매 개시 이후 6개월 만에 2만8천 대가 가입해 1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사장의 임기동안 삼성화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6%~27% 사이에서 큰 변화가 없었지만 2위와 차이를 10%포인트 이상 벌려 독보적 1위를 수성했다. 주가 역시 2012년 2월 20만9천 원에서 2013년 12월 25만9천 원으로 24% 올랐다.

삼성화재에서 김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한 임원은 “(김 사장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한 번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근성이 있는 CEO”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의 실적이 두드러졌던 이유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해외영업에서 모두 적자를 낸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화재만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해외에서 233억 원의 손실을 내는 동안 삼성화재는 해외에서 141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금융경력이 삼성화재 2년밖에 되지 않는 김 사장이 금융계열사 맏형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성과 덕분이다. 

  이재용은 왜 김창수에게 삼성생명을 맡겼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김창수, 이재용 시대 삼성생명의 미래를 책임지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이재용체제를 맞아 지난해 말 수장을 교체했다. 사장단 인사에서 김석 삼성증권 사장을 제외하고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의 사장이 모두 바뀌었다.

김 사장이 삼성생명 사장에 선임되자 재계 관계자는 “김창수 사장의 인사는 이재용체제를 대비한 삼성 금융계열사의 세대교체로 봐야 한다”며 “금융계열사 조직을 정비하면서 이 부회장의 활동을 후방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김 사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물산 기계플랜트본부장이었던 김 사장은 카자흐스탄, 멕시코 등 신시장에서 발전소나 담수화사업과 같은 신사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대형 플랜트를 연달아 수출해 삼성물산의 발전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기는 이재용 부회장이 장기간 브라질 등의 신흥시장에서 근무했던 시기와 겹친다. 이때 김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삼성 내부에서 김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통한다.

김 사장이 삼성화재에서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삼성의 금융계열사 맏형을 맡아 사업구조 개편을 책임지라는 의미가 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창수 사장은 지난 4월 사내방송을 통해 “현장 중심의 효율적 조직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전체 임원보직 70개 중 15개를 없앴다. 상무급 임원 3명은 계열사와 자회사로 자리를 옮겼고 나머지 12명은 보직을 잃었다. 또 기존 5본부 4실 체제였던 조직을 3본부 5실로 축소개편했다.

또 삼성생명 본사직원의 15%인 1천 명도 희망퇴직이나 자회사로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감축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임원 인사는 그룹 인사에 맞춰 연말 연초에 하는 게 관례인데 별도로 한 것이 이례적”이라며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히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일류가 되는 방향성을 잡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사장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끝낸 뒤 이재용 부회장은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깜짝 방문해 김창수 사장을 포함한 삼성생명 임원 10여 명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생명 임원들에게 “삼성생명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며 “다만 다소 비효율적인 설계사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구조조정 등으로 힘이 빠진 삼성생명 임직원들을 위로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김 사장이 취임 반 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데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난 3월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며 전임 박희근 부회장이 25억 원의 연봉을 받은 것과 김 사장이 삼성화재 시절 19억 원의 연봉을 받은 것이 알려지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김 사장은 삼성화재 시절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며 “임원들이 10명 이상 자리에서 밀려나고 일반 직원들도 1천 명 이상 목을 치면서 자신의 연봉은 수십억 원씩 받아가는 것은 도덕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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