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2-14 16: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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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처음 화물전용기를 도입해 대형항공사(FSC)와 외국항공사가 양분하고 있는 항공화물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하면서 실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견조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항공화물사업에서 실적 개선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14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화물운송에 투입할 여객기 개조작업이 2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제주항공은 개조작업이 끝나는 6월경 화물전용기를 운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항공기 화물칸(벨리 카고)을 이용해서 화물사업을 해왔지만 화물 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항공기를 따로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항공은 앞서 2018년에는 제주~김포 노선에서, 지난해 말에는 제주~대구 노선에서 화물운송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두 노선은 항공기 화물칸을 이용하고 국내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사업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앞서 여객기의 화물칸을 활용하거나 여객기 좌석을 임시로 활용해 물품을 운송해보니 품목과 크기 등에 큰 제약이 있었다”며 “화물 전용기를 도입함으로써 이같은 제약이 사라져 화물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먼저 화물기 1기를 들여와 운행한 뒤 점차 화물 전용기를 늘려가기로 했다.
제주항공이 도입하는 화물전용기는 보잉사의 737-800BCF로 제주항공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와 기종이 같다. 여객기로 쓰이던 항공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해 활용하는 것이다.
여객기와 같은 기종으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해 항공기 정비나 조종사 훈련 등 운항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제주항공은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수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 항공화물 운임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수익 다각화를 위해 항공화물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4분기 항공화물 운임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홍콩에서 북아메리카로 향하는 노선의 항공화물 운임은 Kg당 평균 11.29달러를 보였는데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208.4%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상해에서 북아메리카로 향하는 노선의 항공화물 운임은 257.7% 급등했다.
지난해 크게 높아진 항공화물 운임은 올해 하향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여러 나라가 리오프닝(경제 재개)을 시작해 여객 수요가 늘면서 항공화물 운임이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항공화물 운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더라도 온라인 해외직구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항공화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온라인 해외직구 거래액은 5조1404억 원으로 2020년 4조677억 원보다 26.4% 증가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몰을 통한 해외직구뿐만 아니라 베트남이나 중국 등과의 교역량이 크게 늘고 있어 앞으로도 항공화물사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며 “코로나19 이전으로 여객수요가 돌아가도 이같은 수요가 있기 때문에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항공화물시장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두 항공사가 사실상 점유해왔다.
국토교통부가 발행한 항공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항공화물시장 점유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69%, 외국항공사가 29.8%를 차지했다.
지난해 항공화물 수요 확대와 항공화물 운임 고공행진에 힘입어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좋은 실적 거뒀다.
특히 대한항공은 항공화물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면서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호조에 힘입어 2021년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4644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대한항공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다.
반면 여객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들은 몇 년 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1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82억 원, 영업손실 913억 원을 봤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4.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2020년 3분기 700억 원에서 30.3% 늘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실적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졌던 만큼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1월 제주항공 창립 17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에서 항공화물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 B737 화물기를 도입해 화물사업을 강화하고 내년 B737-맥스(MAX) 기종을 도입해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중단거리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