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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부회장. |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부회장이 현대카드를 IT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전통적인 카드사업으로는 모바일결제의 큰 흐름 속에서 현대카드가 살아남기 힘들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이른바 디자인경영으로 현대카드의 부활을 이끌었는데 '디지털 현대카드'로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 현대카드는 IT회사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현대카드의 IT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5월 안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낸 사무소를 확장해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실리콘밸리사무소를 3배 이상 확대해 업무의 효율성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사무소는 글로벌 핀테크업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안테나 오피스’”라며 “현지 회사와 협업하고 신기술을 테스트하는 연구소로써 이번 확장을 통해 업무환경도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리콘밸리에 직접 사무소를 열고 핀테크를 연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현대카드’ 전략과 맞닿은 조치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6년은 현대카드에서 스스로 변화를 줘야 할 시기이며 우리가 어떤 ‘업’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며 “현대카드의 올해 경영전략을 ‘디지털 현대카드’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홈페이지와 광고 등에 쓰이는 현대카드 기업로고(CI)도 12년 만에 ‘디지털 현대카드’로 바꿨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업로고 변경을 통해 카드사업뿐 아니라 디지털 등 여러 분야에 도전하려는 뜻을 함께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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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카드가 '디지털 현대카드'의 일환으로 출시한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샷'. |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가 전통적인 카드사업에서 벗어나 핀테크와 디지털기술 등 IT로 확장할 때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 듯 하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현대카드’ 프로젝트를 통해 보안성과 편의성을 함께 추구하는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샷’은 처음 등록을 끝내면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클릭 한 번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락앤리밋’ 이용자는 카드의 사용처와 사용금액 한도를 현대카드 앱 실행만으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가상카드번호’로 앱에서 가상의 카드번호를 발급받아 실제 카드번호의 유출도 막을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IT기술을 카드에 접목해 보안성과 편의성을 모두 잡는 것이 목표”라며 “고객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디지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 인력구조 변화 꾀해
정 부회장이 '디지털 현대카드'로 변화를 위해 인력구조를 바꾸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신설된 ‘알고리즘 디자인랩’ 부서에서 일할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빅데이터 분석부터 구매패턴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방안 등 금융과 IT사업의 접목에 주력한다.
알고리즘 디자인랩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인력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디자인을 총괄하며 IT사업과 연관된 사용자경험(UX)&디자인랩을 2014년 10월에 만든 뒤 전체 인원을 약 100명까지 늘린 적이 있다.
정 부회장도 지난해 11월 SNS에서 “디지털과 핀테크가 거대담론으로 유행했을 때 조금 차분해지는 대신 인재를 모으고 있다”며 “기초여건(펀더멘털) 기술부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작은 응용까지 ‘디지털 현대카드’ 아래 현대카드만의 속도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있지만 IT인력의 비중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의 인력구조를 IT 중심으로 일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전체 인력의 30%를 IT인력으로 채우면서 ‘우리는 IT회사’라고 선언하는 등 금융회사들의 IT회사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정 부회장도 IT인력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있었던 카드사업 인력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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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부회장. |
◆ 현대카드는 왜 바뀌어야 하나
정태영 부회장은 그동안 현대카드의 핵심능력으로 ‘마케팅’을 꼽았다. 최근에도 자체적인 미디어채널을 만들고 할리우드 배우 톰 하디를 기용한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SNS에 “첨단 성능의 비행기를 보유해도 지상에 활주로가 없다면 아무 쓸모도 없다”며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에 비행기를 이착륙시킬 활주로를 만드는 일인데 많은 기업들이 비행기의 성능에만 집착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이 마케팅을 강조하는 데에는 기업계 카드사들이 처한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들은 마케팅을 크게 하지 않아도 은행 창구를 통해 고객을 꾸준히 늘릴 수 있다”며 “그러나 기업계 카드사들은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모을 채널이 마땅치 않아 마케팅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지난해에 카드구매실적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0.29%를 차지하며 NH농협카드(10.68%)에 밀려 5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순이익도 2128억 원으로 2014년보다 2% 감소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올해 규제 강화 등의 악재도 닥친 가운데 급증하는 마케팅비용이 현대카드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대카드의 IT 강화는 그만큼 신규 수익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위상이 불안정한 점도 정 부회장의 '디지털 현대카드'에 더욱 힘을 싣게 한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그룹을 통한 자동차금융을 전속시장(캡티브 마켓)으로 두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현대캐피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보유했던 현대카드 지분 43%와 현대캐피탈 지분 43.3% 가운데 현대캐피탈 주식 일부(23.3%)만 인수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자동차금융시장에서 강한 시너지를 내는 반면 현대카드는 경영권 매각설이 돌 정도로 입지가 애매하다”며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의 수익성을 확실하게 보충하지 않으면 매각설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