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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또 고개 드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산업은행 부산으로 가나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2-01-26 15: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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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또 고개 드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산업은행 부산으로 가나
▲ 서울 여의도에 있는 KDB산업은행 본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설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여당과 야당 대선후보 모두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이전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에서 산업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지방이전이 거론되면서 국책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대선 앞두고 고개 드는 국책은행 지방이전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5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이 세계 최고의 해양도시로 또 첨단도시로 발돋움하려면 금융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산업은행을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 200여 곳 전부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데 여당과 야당 대선후보 모두 이를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산업은행법,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은 각각 ‘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은 대선이나 총선 등 선거철에 항상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2021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때도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거론됐다.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였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산업은행 외에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수협중앙회 등 5개 금융기관과 HMM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2020년 총선 때는 산업은행은 원주혁신도시, 기업은행은 대전, 수출입은행은 부산 BIFC(부산국제금융센터)로 각각 이전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이전 시즌 2’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책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청와대가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하면서 사태가 수습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금융노조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노조가 포함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국책은행 이전 반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고 18일 반대 성명서도 발표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마저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이는 각 기관의 경쟁력 상실을 넘어 전체 대한민국 금융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며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기회 요인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아시아의 금융중심지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내적 금융경쟁력을 더 약화시켜 어쩌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경쟁력 약화될까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측은 금융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선 은행의 본사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되면 우수인력 유출이 불가피해지는 등 은행의 전문성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미 국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직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 앞두고 또 고개 드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산업은행 부산으로 가나
▲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국책은행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아이들 교육 문제가 있어서 본사가 지방에 이전하면 이직도 고려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2015년 6월 전주로 이전한 뒤 2016년부터 2021년 말까지 140여 명의 인력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에서 자산운용을 하는 인원이 300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인력의 절반이 퇴사하고 물갈이된 셈이다.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본사, 주요 금융회사 본사 등이 모두 서울에 있어 국책은행만 지방으로 이전했을 때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은 자본시장업무와 해외 금융기관과 거래, 대기업 대출 등으로 수익을 내 중소·중견기업에 저금리로 대출하고 구조조정 기업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해외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없는 지방에 본사가 위치했을 때 단점은 클 수밖에 없다.

금융노조는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면 주 수익원으로부터 배제돼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포기해야 한다”며 “직원이 많지 않은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의 지역경제 기여 효과는 다른 지역 소재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손실을 초래하고 만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국책은행과 함께 금융당국의 지방이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부산시는 2009년 금융중심지로 선정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9개의 금융기관을 유치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과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같은 중추적 기능을 갖춘 기관이 함께 부산에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금융중심지 추진전략 수립 및 추가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국가의 모든 금융역량이 한 곳에 모이는 클러스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캐나다 토론토 등이 금융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요인은 은행, 증권거래소, 생명보험, 연기금 등이 모여있는 금융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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