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지지율 싸움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공천권 갈등으로 홍준표 의원의 선거대책본부 합류가 무산된 데 이어 김건희 대표의 굿 발언과 관련해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반발하고 있어 '원팀'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7시간 통화' 대 '형수 욕설' 네거티브 공방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판정승을 거뒀다는 시선이 나온다.
윤 후보는 올들어 국민의힘 내홍을 수습하고 청년층을 겨냥한 선거전략을 적극 실행해 2030세대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 올렸다.
하지만 김건희 대표의 7시간 통화 녹취록 공개가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각종 여론 조사에선 오히려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격차를 벌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6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해 이날 내놓은 1월3주차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8%포인트)를 보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42%,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6.8%로 집계됐다. 1주 전 조사와 비교해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3.9%포인트에서 5.2%포인트로 확대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도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5.2%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벌어졌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1주 전과 비교해 2.4%포인트 오른 43.8%, 이 후보의 지지율은 2.4%포인트 떨어져 33.8%로 조사됐다.
김 대표의 통화 녹취록이 16일 최초로 공개된 뒤 '굿바이 이재명' 저자인 장영하 변호사는 18일 이 후보의 욕설과 막말이 담긴 미공개 녹음파일 160분 분량 34개를 공개했다.
김 대표의 통화내용 공개는 알맹이가 없었다는 말이 나오는 반면 이 후보는 형수 욕설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지지율에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은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욕설 녹취를 처음 듣는 유권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김 대표의 통화 녹취 공개가 언론과 정치권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잊혔던 이 후보의 욕설이 재조명된 셈이다.
이 후보의 욕설은 본인 리스크인 반면 김 대표의 통화 녹취록은 부인 리스크라는 점도 윤 후보보다 이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회사 입소스에 의뢰해 이날 발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육성 녹음파일 공개가 이 후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4.8%가 '그렇다'(이하 '매우 그렇다' 포함)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이하 '전혀 그렇지 않다' 포함)는 29.3%에 불과했다.
반대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인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 공개가 윤 후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그렇다'는 응답자가 56.8%, '그렇지 않다'는 답변자는 40.1%로 나타났다. 이 후보와 비교하면 부정적 응답 비율이 낮다.
기사에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힘 원팀 문제는 윤 후보의 발목을 계속 잡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의원은 최근 윤석열 후보로부터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 제의를 받았으나 서울 종로 및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전략공천 제안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윤석열 저격수'로 돌아서고 있다.
홍 의원은 21일 '청년의꿈'에 올라온 '뻔뻔하다는 말에 윤석열이 먼저 떠오른다'는 글에 "面厚心黑(면후심흑) 중국제왕학"이라는 답글 달아 윤 후보를 직격했다. 면후심흑은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는 뜻이다. 홍 의원은 앞서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형수 욕설 논란' 등에 대해 같은 사자성어로 비판한 적이 있다.
홍 의원이 내부에서 불협화음을 계속 내면 윤 후보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 충돌하면서 큰 폭의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이 대표와 갈등을 마무리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내분에 휘말린다면 이제는 수습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
홍 의원은 23일 청년의꿈에 "내 발로는 못 나가겠고 권영세 말대로 윤핵관들이 준동해 차라리 출당이나 시켜주면 마음이 더 편할 것"이라며 지난해 6월 복당 이후 처음으로 탈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김건희 대표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은 청년의꿈에서 홍 의원이 굿을 했다는 김 대표의 주장이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 "내 평생 굿을 한 적 없고 무속을 믿지 않는다"며 "거짓말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참 무섭다"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22일 공개한 김 대표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김 대표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하던 중 자신을 둘러싼 무속 굿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굿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명수 기자가 "홍준표도 굿했어요? 그러면?" 이라고 묻자 김 대표는 "그럼"이라 대답했다. "유승민도?"라는 물음에도 "그럼"이라고 말했다.
경선 이후 잠행을 이어가던 유승민 전 의원도 반발하면서 원팀 가능성은 더 멀어지고 있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건희씨가 녹취록에서 저에 대해 말한 부분은 모두 허위 날조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언급할 가치조차 없지만 사실관계를 분명히 알린다"고 적었다.
홍 의원과의 회동은 공천 논란만 일으켰고 유승민 전 의원은 만나기도 전에 상황이 꼬여버린 셈이다.
김 대표의 굿 발언에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반발하자 윤 후보는 급히 수습에 나섰다.
윤 후보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모두 불쾌감을 보였는데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눌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녹취록으로 마음이 불편하신 부분이나 상처받은 부분에 있어선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