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두 달 만에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대선 승리로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해졌다.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대장동 토론'을 통해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1월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를 해체하고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로 선거조직을 전환하지만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를 해체하면서 쇄신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두 달 동안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됐다. 선대본부 구성 및 당 조직을 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일까진 두 달가량 남았지만 설 연휴 즈음에는 판세가 굳어진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시선이라는 점에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최소한 설 연휴 전까지 잃어버린 지지율을 회복해야 그 이후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제게 시간을 좀 내달라"고 말했지만 설까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윤 후보가 사실상 선대위 운영의 전권을 쥐게 되면서 리스크 관리는 오롯이 윤 후보의 몫이 됐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서 손을 떼면서 앞으로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대위 해산과 나 홀로 선언은 인생 최대의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가 자기 뜻대로 혼자 한다면 실수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적었다.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데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 김 위원장과 결별하면서 선거의 승패를 가를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김종인 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이준석 대표의 재합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점도 문제다. 이 대표는 그동안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를 찾아가거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가 대선을 위해 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 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 지지를 바탕으로 당대표에 오른 이준석 대표와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의 스윙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의 표심 이탈을 걱정해야 할 수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2030세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이날 내놓은 대통령선거 가상대결 결과를 보면 윤석열 후보는 18.4%의 지지율을 얻으며 이재명 후보(33.4%)와 안철수 후보(19.1%)에게 뒤쳐졌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윤 후보 측에선 이 대표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윤 후보 측근인 김경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가 2030을 대표한다는 주장이나 이 대표 없이는 2030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과대포장된 것"이라며 "이미 윤 후보의 젊은층 지지율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허위경력 의혹 등 가족리스크도 여전히 윤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김 대표가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공개 채용을 거쳐 임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공채가 아니라 자료를 보고 뽑은 것'이라는 윤 후보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지난달 공개석상에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를 향한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윤 후보가 난맥상을 타개할 수 있는 수는 별로 많지 않다.
네거티브로만 대선을 치를수는 없는 만큼 윤 후보도 정책행보에 싣겠지만 현 시점에서 정책 대결을 통해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윤 후보의 돌파구 중 하나로 이재명 후보와 직접 맞붙는 토론이 꼽히는 이유다. 윤 후보가 선대위를 해체하고 단기필마로 나서는 만큼 개인 역량으로 승부하는 토론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윤 후보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토론회 적극 참여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인으로서 그동안 걸어온 길 대선후보로서 국민 앞에 내놓은 입장과 공약을 검증하려면 법정 토론 3회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토론회를 통해 대선후보의 자격을 증명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간 이 후보를 확정적 범죄자로 지칭하면서까지 토론을 거부하던 것과 사뭇 다른 태도다. 특히 윤 후보는 이전에 언급한 대장동 토론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면'이란 조건을 달긴 했지만 대장동 의혹 한정 토론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대장동 토론이 이뤄지면 윤 후보에게는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킬 회심의 한 방이 될 수 있다.
대장동 토론은 검찰 출신인 윤 후보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자신이 내세우는 '공정'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대장동 토론이 실제 윤 후보에게 도움이 될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대장동 토론이 성사된다면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자금의 뿌리가 된 부산저축은행 수사건을 끄집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는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토론에서 해당 사안이 불거지면 윤 후보에게도 역풍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이 후보는 오히려 대장동 토론을 통해 의혹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가 토론에서 성공적으로 윤 후보의 공세를 방어한다면 리스크를 털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후보는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정치인으로서 100% 공공개발 이익을 환수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그런 점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기 때문에 안 해도 될 국정감사를 이틀이나 일부러 자청해서 한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