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중고차매매업 진출을 본격화한다.
1월 둘째 주 나올 중소벤처기업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중고차시장에 진출한다면 사업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 등 주요 완성차업체 노조에 대부분 강성 집행부가 올해 새 임기를 시작한다.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기에 노사관계는 올해뿐 아니라 미래 실적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경영정상화로 가는 첫발인 매각 본계약 체결에서부터 우선협상자인 에디슨모터스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현대중공업 역시 자동차업계와 마찬가지로 노사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협상 타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나온다.
포스코는 1월28일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데 70%에 이르는 소액주주의 표심을 달랠 추가방안이 나올지에 시선이 쏠린다.
<자동차>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산업에서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데 있어 1월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월 둘째 주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해당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심의위원회 회의를 여는데 이 심의 결과에 따라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의 중고차매매시장 진출이 좌우된다.
사전심의 역할을 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매매업을 놓고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판단을 내린 만큼 올해부터 중고차매매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중고차매매시장에 진출하면 '1석3조'의 사업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가 거래 대수 기준으로 신차시장의 2배 이상인 만큼 신규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차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소유보다는 공유 개념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기존보다 신차시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완성차업체로선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중요하다.
또 현대차그룹이 직접 고객들에게 일정 조건이 되는 자사 중고차를 사들여 검수하고 수리를 거쳐 보증기간을 연장하는 인증중고차사업을 펼치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브랜드경쟁력 강화로 중고차 가격이 올라가면 신차 가격을 인상할 때 부담을 덜 수 있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시장에서 혼다를 제치고 연간 판매 '톱5'에 든 것으로 추산된다.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과 함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선전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네시스는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혼다의 고급브랜드 아큐라와 격차를 크게 좁힌 데 이어 올해는 토요타의 렉서스 추격에도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에서는 제네시스가 렉서스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전문경영인 부회장을 모두 없애고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주요한 역할을 하던 주요 경영진을 고문으로 임명하며 친정체제를 완성했다.
정 회장은 신사업과 신기술 분야 젊은 임원들을 대거 발탁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모빌리티 시대에 현대차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성노조 출범과 함께 노무담당 임원을 하언태 사장에서 정상빈 부사장으로 교체해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노사관계의 새판을 짜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아
현대차에 이어 기아에도 올해 강성 성향의 노조 집행부가 들어섰다. 기아는 회사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더욱 큰 부담을 지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최대 단일노조이자 기아와 같은 현대차그룹에 속해 있다. 그런 만큼 기아 노조는 투쟁강도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현대차 노조 전략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실리 성향이면 기아 노조 홀로 투쟁 목소리를 높이는 데 부담이 따를 수 있는데 현대차 노조에 강경 성향 집행부가 들어선 만큼 부담보다는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기아 노조는 최근 들어 현대차 노조보다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올해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일 공산이 커진 셈이다.
기아 역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노조의 다음 집행부 임기 2년 동안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전기차의 국내외 생산시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노조와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지 여부는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의 올해 실적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쌍용자동차
에디슨모터스가 1월 초까지 쌍용차 인수 본계약 체결을 매듭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을 향한 우려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데다 쌍용차와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는 이미 구주 인수대금을 놓고 한 차례 줄다리기를 벌였다. 최근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쌍용차의 자금 활용을 포함해 사업 추진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쌍용차는 '경영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슨모터스로서는 채권단 동의를 받아 쌍용차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승인받기 전에 본계약 체결 단계부터 고비를 맞게 된 셈이다.
더구나 시장에서는 비상장사인 에디슨모터스 이외에 계열사들도 적자를 보고 있어 쌍용차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일각에서는 본계약 단계에서부터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보는 관측도 제기된다.
◆ 한국GM
한국GM이 올해 생산 계획을 놓고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한국GM 역시 현대차, 기아와 마찬가지로 강성으로 분류되는 새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 회사 측과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부터 생산 중단이 예상되는 부평2공장 등의 문제를 놓고 노사가 첨예한 대립을 할 가능성이 나온다.
부평 2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말리부와 트랙스 등이 단종될 공산이 커졌지만 전기차를 포함해 후속 생산물량 배정을 확정받지 못하면서 한국GM 내부에서는 고용과 관련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GM에서는 차세대 글로벌 모델인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외에 미국GM으로부터 배정받은 생산 물량이 없다는 점에서 노조로서도 고용 보장을 위해 파업 등을 무기로 회사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해 2014년 이후 2021년까지 8년 동안 영업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도 경영정상화를 이루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 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주력계열사 현대중공업은 2019년 임금협상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2년치 단체교섭에서 2년 2개월 동안 진통을 겪은 끝에 2021년 7월에야 타결에 이르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협상 타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당장 2021년 임급협상을 26차례 교섭에도 결국 타결짓지 못해 해를 넘겼다.
노조 새 집행부가 이전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강성 노선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도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더구나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좌우하는 통상임금 소송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 공산도 크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2년 치 일감을 확보해뒀지만 노사 관계가 틀어진다면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할 수 있다. 올해 영업흑자로 전환하더라도 영업이익 규모를 키우지 못한다면 친환경선박 등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할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얼마나 빠르게 노사관계를 안정하는 지 여부는 올해 실적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기술경쟁력을 조선업 호황기에서 강력한 무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LNG는 수소 등 완전 친환경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부각되며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잔고를 크게 늘리고 있다.
LNG 개발기업의 FLNG 신규 투자 검토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FLNG는 육상 LNG플랜트와 비교해 공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FLNG는 건조가격이 20억 달러를 훌쩍 넘어가는 고부가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해 최근 건조한 코랄술 역시 25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이다.
삼성중공업은 FLNG의 세계 최강자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건조된 FLNG 4척 가운데 3척을 건조했다. FLNG 수주를 늘릴 수 있다면 삼성중공업의 실적 회복에도 속도가 더욱 붙을 수 있다.
◆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과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3월 유상증자를 통해 8천억 원 가량의 투자자금도 확보한다.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수소 관련사업에서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창원공장 부지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국내 최초 블루수소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블루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인 수소를 말한다.
두산중공업은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블루수소를 수소충전소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제주도에서 시작한 ‘그린수소 실증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를 말하는데 실증사업에서 풍력발전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수소사업은 두산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있는 분야다. 두산중공업은 자체 수소 생산을 통해 계열사의 수소연료전지와 수소드론 사업과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전 관련 사업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이 지분투자를 진행한 미국 원자력 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가 상장을 추진한다. 뉴스케일파워는 상장을 통해 얻는 자금을 두산중공업이 참여하는 아이다호 소형모듈원전 건설에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SMR)의 주기기를 뉴스케일파워에 납품할 채비를 하고 있어 관련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 포스코
포스코는 1월28일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포스코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위해 전체 주주의 70%가량인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표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
포스코의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 만큼 포스코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마음을 달랠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할지를 놓고 시선이 쏠린다.
과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을 결정할 때 배당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던 사례가 있어 포스코가 이를 참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포스코가 쥔 자사주 13%를 소각하거나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발표될 가능성도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다만 1월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지난해와 같이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경영안정성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제철
현대제철 역시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여세를 올해도 몰아가면서 친환경 사업구조를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사업구조 강화는 중장기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문제로 여겨진다.
현대제철은 주력 철강사업에서 산업 부산물 및 폐자원 재활용 확대를 통한 탄소배출 낮추기에 나설 뿐 아니라 친환경 신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부품사업에서 수소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금속분리판 사업을 더욱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높일 계획을 세웠다. 강관사업에서도 신사업으로 해상풍력발전에 쓰이는 제품을 개발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이익이 2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친환경사업 사업구조를 강화한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진했던 주가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